[신부님 강론]

그리스도 왕 대축일

 찬미 예수님! 오늘은 교회력으로 일 년 중 마지막 주일이며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세계 제1차 대전이 끝나고 전재의 폐허와 수많은 죽음과 인간의 잔혹성을 경험하면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어디에 희망을 두어야 하는가?”, “인간은 누구인가?” 그리하여 인류의 구원자이신 그리스도께 희망을 두고 왕이 되어 오실 그리스도를 희망하며 교회가 세속주의의 물결을 넘어서 왕이신 그리스도의 사랑이 다스리는 왕권을 강조하게 된 것입니다.

 요즘 코로나 19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감염 확진자가 되고 또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인해 죽는 것보다 더 많은 분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 힘든 시기에 우리는 주님께 이 어려움을 물리쳐 주시기를 청합니다.

 또한 마스크를 쓰는 행위에는 나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나로 인하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하겠다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겁이 많아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마스크를 쓴다는 것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알아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다음 주 목요일(11월 26일)이 Thanks Giving Day입니다. 한국교회에서는 대부분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면서 추수감사미사도 함께 봉헌하고 있습니다. 오늘 미사는 교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주일에 한 해 동안 하느님께서 우리 자신과 우리 가정, 우리 공동체에 베풀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리는 미사입니다.

추석은 첫 수확물(소출)에 대한 감사의 기쁨이라는 의미가 있다면 추수감사는 한 해 동안의 하느님의 모든 선물, 호의, 은혜에 대한 감사의 의미입니다.

오늘 제1독서 에제키엘서에서는 주님께서 목자가 되어 양떼인 당신 백성을 돌보신다면 얼마나 더 잘 돌보실 것인가?에 대한 답변과도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러지고 다친 양을 싸매주시고 돌보아 주시며 양떼를 푸른 풀밭으로 인도하시는 참으로 좋으신 목자가 하느님이십니다.

 또한, 오늘 마태오 복음은 소제목이 『최후의 심판』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듯이 주님께서 왕이 되어 다시 오실 그날에 사람들을 모아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갈라 영원히 벌 받을 곳과 영원한 축복을 받을 곳으로 보내신다는 말씀입니다. 그 심판의 기준이 되는 것은 가장 작은 이,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한 사람에게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며 살았느냐? 아니면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지 않았느냐? 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께서 왕이 되어 오실 날, 다시 오실 그날을 바라보며 지금 여기에서 선행, 자선, 봉사, 사랑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야 합니다. 오른쪽에 있는 양들은 자기들이 가난하고 작은 이들을 사랑하고 돕고 나누는 삶을 충실히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기억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냥 매일매일 선을 행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그런 착한 이들이 들어가는 곳이 하느님 나라입니다.

 매일매일 자기 배만 두드리면서 이기적,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들(갑들)은 옆에 있는 가난하고 작은 이들(을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갑질 하며 살아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짓밟고 있으면서도 짓밟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니 부자는 자기 집 대문간에서 빌어먹고 있는 거지 라자로가 보일 리가 없습니다. 나는 금수저니까 당연히 누릴 것을 누리는 거고, 너는 흙수저니까 당연히 받아야 할 핍박을 받는 것뿐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렇게 살아서부터 가로놓여 있던 건널 수 없는 구렁텅이는 죽어서도 없어지지 않고 건널 수 없는 구렁텅이가 됩니다. 필리핀 마닐라에 부자 동네에 갔더니 어디가 가장 부유한 동네인지 알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것은 담장의 높이로 나타난다고 하였습니다. 더 부자일수록 가난한 사람들과의 담을 높게 쌓아서 마닐라에는 1m, 2m, 3m, 4m, 7m, 10m, 15m 등 다양한 높이의 담장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젤 부잣집은 15m 이상의 담장 안에 살고 있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올 한 해를 마감하면서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축복에 감사합시다. 그러면 또 다른 축복을 내려주실 것입니다. 감사 → 축복 → 감사 → 축복. 이것이 무한반복되는 것이 인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사하는 사람은 다음에 또 감사할 일이 생긴다는 겁니다.

 사랑과 봉사와 섬김, 나눔과 베풂의 왕이신 그리스도를 닮아 살아갑시다. 그러면 언젠가 주님의 이런 음성이 들릴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아버지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