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화 01032023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의 준비(설, 새해 첫머리, 새로운 시작)
‘설’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새해의 첫머리입니다. 원단, 신원, 새로운 시작, 희망의 뜻이 있습니다. 설 연휴는 휴식을 통해 재창조를 이루는 시간입니다.
신일(愼日, 삼가는 날) – 몸가짐, 마음가짐을 바로 하고 자기 자신을 찾는 날입니다.
특히 고향과 부모, 형제, 친척 가운데서 자기 위치(자리)를 찾는 날이며 또한 조상들을 기리는 날입니다. 조상들을 기억하며 차례를 올립니다. 우리는 오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조상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그분들과 우리와의 유대를 마음에 새겨야겠습니다. 조상들로부터 시작해서 우리 안에 흐르는 사랑과 헌신의 삶을 다시 느끼면서 그분들께서 각자의 방식대로 우리를 위해 봉사하고 사랑하며 살다 가셨음을 기억하고 감사해야겠습니다.
<새해 첫날의 관습>
- 연장자의 덕담을 청해 듣는 관습
- 복을 빌어주는 관습(웃으며, 손을 잡아주면서, 다정한 말로 복을 빌어줌)
복은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사람과 만물을 지어내시면서 축복해 주셨습니다. 축복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축복은 하느님의 선물이며 하느님께서 보장하시는 일입니다.
예부터 사람이 살아가면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다섯 가지의 복을 오복(五福)이라고 했습니다. 중국 유교의 5대 경전 중 하나인 ‘서경(書經)’ 제1편 ‘홍범(洪範)’에 나오는 오복을 보면,
1) 천수를 누리다가 가는 장수(長壽)의 복
2) 살아가는 데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풍요로운 부(富)의 복
3)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깨끗한 상태에서 편안하게 사는 강녕(康寧)의 복
4) 남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돕는 선행과 덕을 쌓는 복, 유호덕(攸好德)
5) 일생을 건강하게 살다가 고통 없이 평안하게 생을 마칠 수 있는 죽음의 복으로 고종명(考終命)의 복이 있습니다.
성무일도 끝기도에서 우리는 시메온의 기도를 바칩니다.
“주여 말씀하신대로 이제는 주의 종을 평안히 떠나가게 하소서.
만민 앞에 마련하신 주의 구원을 이미 내 눈으로 보았나이다.
이교 백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시요,
주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되시는 구원을 보았나이다.”
시메온 예언자는 구원자 그리스도를 보고 감격하여 이제 죽어도 한이 없다고 한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과 체험이 있다면 지금 죽어도 한이 없다고 노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일이 있을 것이라 자신하지 말고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야 합니다.
끝기도의 마지막은 이렇게 마칩니다.
“주님,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이 기도는 하루를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은 바칠 수 없는 것입니다. 오늘이 마지막이 되게 해 달라는 간절한 소망은 하느님께 가고 싶은 열망을 표현하며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일한 수고의 값이 바로 평안한 잠자리와 죽음이라는 것을 나타내줍니다.
새해 첫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하며 조상들에게 ‘감사’하고 또 첫출발하는 날이지만 우리도 언젠가는 저 조상들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진정 ‘복’을 많이 받는 것은, 바로 하느님과 조상과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 또 ‘오늘을 마지막 날처럼 살겠다는 결심’, 이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