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성인 대축일 강론
찬미 예수님!
오늘은 하늘나라 모든 성인을 기리는 대축일입니다. 그분들은 천국에서 하느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또한 전례력에 별도로 축일이 지정되지 않은 성인들을 더 많이 기억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가톨릭교회에서 정식으로 성인품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천국에 있는 수많은 이름을 모르는 성인들을 기억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입니다. 그리고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참된 행복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구원의 총체적 실재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사회학자 에리히 프롬(에릭 프롬)은 인간의 생존 양식을 두 가지로 말합니다. 하나는 소유 중심의 삶으로 재산, 지식, 지위, 권력을 추구하며 자기 소유에 전념하는 삶입니다. 이러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은 소유 자체가 자신의 존재가 되어 자신이 가진 것을 잃을까 두려워하게 되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해관계로 보기 때문에 방어적이며, 가혹해지고, 결과적으로 외로워지는 삶을 삽니다. 또 다른 하나는 존재 중심의 삶입니다. 이러한 삶을 사는 이는 나눔과 베풂을 삶의 가치로 여기며 기쁨과 보람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이들은 더불어 사는 삶, 봉사하는 삶을 원하기 때문에 너와 나의 모든 존재를 하나로 만듭니다. 이들은 행복은 자기가 가진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하느님이 주시는 선물로 바라보며 함께 나누는 데서 행복을 느낍니다.
오늘 마태오 복음의 산상 설교에서는 참된 행복에 관한 선언이 있습니다. 여덟 가지 혹은 아홉 가지 행복 선언은 예수님의 삶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머리 둘 곳 조차 없이 사시며(마태 8, 20) 가난하셨고, 인간의 불행을 두고 슬퍼하셨으며(요한 11, 35 ; 루카 19, 41), 온유함과 자비를 베푸셨으며 마음이 깨끗하셨고, 부활하시어 진정한 평화를 선물로 제자들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우리가 참된 행복을 누리려면 예수님을 닮고 하느님을 찾아야 합니다.
오늘 제1 독서 요한묵시록(7,9~10)에 보면 “인장을 받은 이들의 수가 십사만 사천 명”(묵시록 7, 4)이라고 나옵니다. 이것을 사이비 종교에서 그릇되게 해석하여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12 × 12 × 1000 = 144,000입니다. 이 숫자는 각각 구약의 열두 지파 × 신약의 열두 사도 × 구원의 기간을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결국 구원의 기간 안에 구원받은 모든 이들을 의미하는 상징에 지나지 않습니다. 요한묵시록 7장 9절에서는 “아무도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큰 무리가 있었습니다. 모든 민족과 종족과 백성과 언어권에서 나온 그들은(중략)”이라는 말씀으로 무수한 이들이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하여 구원의 대열에 들어섬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성인의 영광을 그리며 천상교회의 성인들이 지상의 순례하는 이들과 연옥에서 정화를 거치고 있는 이들이 모두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신비체 안에서 같은 지체로 맺어져 있으며 상통하고 있음을 기억하고 주님 안에서 모든 성인들을 공경합니다.
연옥교회를 포함하여 천상교회와 지상교회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하나의 신비체이며 서로 공로를 통하는 “모든 성인의 통공”이 하나인 교회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교회는 믿어 왔습니다.
-세상의 욕망에 굴복하지 않는 사람들
-세상의 지배를 거슬러 살아가는 사람들
-세상 안에서 새로운 가치, 새 삶, 새 전망을 사는 사람들
이런 분들이 바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세상은 자기의 근원인 하느님과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헛되게 사라지게 될 세상의 욕망에 굴복하며 살지 말아야 합니다.
사랑이 없는 세상, 궁핍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세상, 어둠에 싸인 세상, 동물과 같이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경쟁하며 극단적 이기주의를 사는 세상. 경제적 효율성과 효용성의 가치만을 최우선으로 신봉하는 세상,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며 공존·공영의 길을 망각한 세상에서 우리는 성인이 되는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맹자의 제자 공손추가 “스승님은 성인입니다.” 하자, 맹자가 “공자께서도 성인이란 말은 자신한테 당치 않다고 하셨다.”라고 하였습니다. 성인은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는 사람입니다.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는 “그 무엇에도 네 마음 설레지 마라. 그 무엇도 무서워하지 말라. 모든 것은 지나가고 하느님만이 가시지 않는다. 인내함으로써 모두를 얻으리라. 하느님을 모시는 이는 아쉬운 것 없으니 하느님 한 분이시면 흐뭇할 따름이니라(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라고 하였습니다.
오늘 모든 성인 대축일에는 지상교회의 성인들을 위하여 천상교회의 성인들께 전구와 도움을 청합니다. 그리고 11월 2일 위령의 날에는 지상교회의 성인들인 그리스도인들이 연옥교회의 정화 가운데에 있는 성인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날입니다. 이처럼 모든 성인들은 공로를 주고 받으면서 통교하고 있습니다. 이는 신경의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라는 우리의 신앙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에게 말씀하십니다.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레위 19, 2) 또한 천국의 성인들도 우리에게 말합니다. “제발 포기하지 말아라!”, “조금만 더 힘을 내어라.”, “주님 가까이 머물러라!”, “평생을 눈물로 보낼지라도 천국을 얻을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모든 그리스도인이여! 그리스도께 희망을 두고, 성인들을 바라보며, 용기를 내어라!”
“성인들은 사람이었고, 나도 사람이다. 그렇다면 나도 성인이 될 희망이 있다.”(성 아우구스티노)
모두 성인 되시길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