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 2주간 금요일

   금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 속에 가득 찬 은을 버려야 하고,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는 또 어렵게 얻은 그 금마저 버려야 한다. 버리면 얻는다. 그러나 버리면 얻는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버리는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쉬운 일이 아니다. 버리고 나서 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까 봐, 그 미지의 공허가 무서워서 우리는 하찮은 오늘에 집착하기도 한다.

오늘의 요한복음 6장은 사람들을 영원한 생명의 빵인 성체성사로 이끌어 주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선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장정만도 오천 명이나 되는 군중을 배불리 먹이시는 빵의 기적을 행하십니다. 사람들은 빵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예수님에게서 찾아야 할 것은 육신 생명을 연장해 주는 빵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참된 빵이신 예수님을 찾아야 합니다. 예수님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빵이며 그분을 믿고 그분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영원한 생명의 나라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군중은 어떠합니까?

현세적인 육신을 배부르게 해 주는 빵에만 몰두하고 그것만 바랍니다. 오늘날 우리는 또 어떻게 예수님을 믿고 있습니까? 그저 물질적이고 현세적인 빵만 주시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은에 집착하고 금보다 다이아몬드보다 더 귀한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면 오늘 복음에 나오는 군중과 다를 바가 없지 않습니까?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이런 것들은 모두 다른 민족들이 애써 찾는 것이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찾고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삶의 기준이요 나침반과도 같은 것입니다.

무엇을 찾아야 할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지? 분간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마치 고장 난 나침반을 가지고 허둥지둥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많은 군중을 위해 우리가 빵을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느냐? 라고 예수님이 물으셨을 때, 필립보는 200데나리온 어치로도 모자란다고 하였습니다. 인간적인 계산으로는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성체성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입니다. 요즘 이 하느님의 사랑이 고픈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빨리 미사가 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평소에 미사를 할 수 있을 때는 당연히 참석하는 미사였고 당연히 모시는 성체였는데, 이제 미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성체도 모시지 못하니 그동안 얼마나 귀한 은총의 성사였는지 깨닫게 됩니다.

그래도 마음으로만이라도 영적으로라도 성체를 모셔야겠습니다. 주님! 지금 저에겐 당신이 필요합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하는데 당신을 모실 수 없으니 답답합니다. 주님! 오늘 지금 저에게 와 주십시오.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사랑하는 애야! 내가 너를 사랑한다.”라고.

우리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주님의 은총의 “때”(Καιροσ, 카이로스)를 기다려야겠습니다. 복음에서 안드레아가 “여기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라고. “주님! 이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저의 부족함을 주님께서 은총으로 채워주세요.”라고.

다른 사람을 보며 함부로 말하지 말고 자기 자신의 영적 성장을 위하여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제1 독서에서 사도 바오로의 율법 스승이었던 가말리엘이 말합니다. “저 사람들 일에 관여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저들의 그 계획이나 활동이 사람에게서 나왔으면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에게서 나왔으면 여러분이 저들을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 자칫하면 여러분이 하느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움도 고움도 내가 판단·심판하지 말고 하느님께 신뢰하고 맡기면 됩니다(의탁). “누가 너를 모욕하더라도 앙갚음하려 들지 말라. 강가에 앉아 있노라면 머지 않아 그가 떠내려 가는 것을 보게 되리라.”(중국의 철학자 노자)

오늘 나는 어떤 나침반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지? 성경, 기도, 미사 등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고 오늘 하루 버틸 수 있게 해 줄 그것을 놓지 않고 살아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