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 3주간 금요일

<1> 사람이 가진 욕구 중에는 음식에 대한 것도 있습니다. 기원 전 60년경 로마제국시대에 로마에서는 귀족들의 음식문화가 아주 사치스러웠죠. 아주 이상한 것들도 먹었답니다. 그중에는 공작새의 골, 밤에만 날아다니는 나이팅게일의 혀 요리 등. 심지어는 계속해서 좋은 요리를 즐기기 위하여 구토제를 마셔서 토한 다음에 또 먹었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일자리를 잃고 힘겨운 하루하루를 지내는 분들이 생각하기엔 먼 나라 얘기이죠.

   오늘 우리는 먹는 이의 즐거움보다도 먹이는 이의 즐거움, 먹히는 이의 즐거움에 대하여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영화 중에 「워낭 소리」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할머니의 대사 중에 “세상에서 재미있는 게 딱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자식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것, 또 하나는 논에 물들어가는 거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의 부모님들 마음은 모두 같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도 같은 뜻의 말씀을 하십니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그러니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셔라. 그것이 너희 안에 영원한 생명을 간직할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성체성사에 참여하는 너희도 철이 든 다음에는 ‘먹이는 즐거움’, ‘먹히는 즐거움’을 알고 실천하면서 살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예수님의 살과 피는 십자가 위에서 봉헌된 제물이며 사랑으로 나누어져 먹는 이를 살리는 생명의 성사, 사랑의 성사, 하느님의 역사(役事)입니다.

무엇을 맛있게 먹을까? 누구에게 맛있는 걸 먹여줄까?

나의 것을 내어놓고, 나누고 선물할까?

누구 코에도 붙이기도 어려운 아주 작은 ‘보리 빵 다섯 개’, ‘작은 물고기 두 마리’지만 이걸 예수님 앞에 내어놓으면 혹시 몰라. 그분이 더 많은 사람을 배불리 먹이실지도.

누군가가 내 것을 내어놓는 나눔(코이노이아, κοινονια)을 통해 다른 형제자매가 배고픔을 면할 수 있다면. 오늘 나의 작은 생각, 말, 행동, 봉헌이 누군가를 기쁘게 즐겁게 할 수 있다면.

<2> 오늘 사도행전에서 한 사람은 밑바닥 체험을 합니다. 바로 사울입니다. 아주 잘 나가던 사람이었습니다. 삼대 율법 학자 중 하나였던 가말리엘 스승의 문하로 들어가서 촉망받는 제자이며 바리사이였던 사울은 자기가 옳고 잘 한다고 생각하며 그리스도인들을 붙잡아 갈 권한을 받아서 신나게 돌아다닙니다. 그런데 오늘 크게 한 대 얻어맞았습니다.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말 등 위에서 땅바닥으로 엎어지고 눈이 멀어버립니다. 높은 자리에서 밑바닥으로 추락합니다. 내가 옳은 줄 알았었는데 알고 보니 내가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과 그분이 세우신 교회를 박해하는 자였다니. 눈을 뜨고 있지만, 사실은 눈이 먼 소경이었다니. 가장 비참하게 낮추어진 그 자리에서 사울은 주님을 새롭게 알고 체험하고 새사람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사울이 허물을 벗고 훨훨 나는 나비가 되어 이민족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되기 위하여 주님의 선택을 받습니다.

그런데 하나니아스는 사울의 지나간 죄에 생각이 멈춰져 있습니다. “주님, 그 사람이 주님의 성도들에게 얼마나 못된 짓을 하였는지 들었습니다.” 우리를 박해하던 자에요! 난 못해요. 그런 사람한테 주님의 이름으로 안수하고 기도하란 말씀입니까?

우리도 하나니아스와 같은 마음일 때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내가 미워하는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람, 나에게 못된 짓을 한 사람을 선택하고 뽑아서 당신의 복음을 전하는 데 쓸 도구로 삼으실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사울)에게 가야 합니다. 주님의 말씀이니까. 그분의 명령이니까.

한편으로 우리는 사울의 입장이라면 감사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인생을 살다가 나에게 주님께서 하나니아스와 같은 좋은 사람을 보내 주실 때가 있습니다. 새롭게 눈을 뜨고 성령으로 충만해지도록 예수님께서 나에게 보내 준 고마운 분(하나니아스)께 감사하며 복음을 전하는 이의 사명을 지닌다면 복된 삶이 될 것입니다. 밑바닥의 사울이 다시 일어서서 바오로 사도가 되도록 사울에게 힘을 줍시다! 이 말을 꼭 합시다. “사울 형제! 주님이 나를 자네에게 보내셨네. 힘을 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