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7 주간 화요일
세상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내면에도 선과 악은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선을 지향하지만 때때로 악의 유혹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미완성입니다. 유행가 제목 중에도 ‘인생은 미완성’이라는 노래가 있는 것처럼 우리 인생은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어느 철학자는 인간을 가리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계속해서 새롭게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되어가는 존재’입니다.
세상에는 밀과 같은 사람도 있고, 가라지와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또 겉으로는 밀처럼 보이지만 속에는 가라지와 같은 사람이 있고, 이와 반대로 겉으로는 가라지와 같은 사람도 그 속에서 밀을 싹 틔우려는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밀과 가라지를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고 계시는 겁니다.
많은 신자가 걸려 넘어지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신앙에 있어서 Give and Take로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어떤 분이 성당에서 오랜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가정에 우환이 생겼습니다. 자녀가 몹쓸 병에 걸렸다거나 집안에 물질적인 큰 손해를 보거나 하는 일들 말입니다.
그리고는 하느님께 따집니다. “하느님, 제가 몇 년 동안 아무런 불평도 없이 당신을 위하여 봉사했는데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제가 당신께 이만큼 드렸으니 당신도 저에게 이만큼은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신앙은 거래가 아닙니다. 하느님과 우리 사이는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이지 비즈니스 관계가 아닙니다.
아무리 열심한 것 같아도 신앙의 주도권을 자기가 쥐고 있으면서 내가 주도할테니 하느님 당신은 나를 따라 오십시오. 내 맘대로 운전합니다. Key를 내가 쥐고 있고, 운전대를 내가 잡고 있으면서 하느님을 거래의 대상이나 도깨비 방망이 정도로만 여기면서 신앙이 성숙할 수는 없습니다.
주도권(Initiative)을 하느님께 드리지 않고 자기가 쥐고 있는 사람은 교만한 사람입니다. “내가 하느님보다 더 뛰어난 존재다.”라고 자랑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나의 주인이시고, 주님이셔야 합니다. 나는 그분의 이끄심에 순종하고, 따르면 됩니다. 때로는 내 인생에 시련과 고난을 주실지라도 그 속에 하느님께서 안배하시고 섭리하시는 손길이 있음을 믿어야 합니다. 떼르뚤리아노 사제의 말처럼 “고통은 은총의 전주곡이다.”라는 말을 믿고 비록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언젠가는 주실 은총을 기다리고 희망하면서 ‘인내’로써 잘 견뎌야 합니다.
성경에 많은 인물이 하느님을 믿고 희망하면서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살았습니다. 아브라함은 손님 접대를 잘해서 하느님께서 그와 함께 계셨습니다. 엘리야 예언자는 기도를 무척 좋아했고, 하느님께서 그와 함께 계셨습니다. 다윗은 나라를 잘 다스렸고 하느님 앞에서 너무 기뻐 벌거벗고 춤추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다윗과 함께 계셨습니다. 사무엘은 하느님의 말씀을 소중하게 받들어 그 말씀을 철저하게 지켰고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사무엘이 한 말이 헛되이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다 들어 주셨습니다.
우리도 우리가 잘하는 것으로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을 영광스럽게 하며 살아간다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우리를 구원하실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작은 선택과 결정들이 선한 것을 택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잘 선택합시다. 선이 아닌 것을 선택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반복된다면 우리는 아마도 가라지가 되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악한 행위들이 반복되고 가속도가 붙는다면 브레이크를 밟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악을 더는 저지르지 않는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가라지가 밀이 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그리고 회개(회심)를 통하여 인생의 방향을 180도 전환하여 선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번째 걸음보다는 두 번째 걸음이 두 번째 걸음보다는 세 번째 걸음이 더 내딛기가 쉬울 것입니다.
다른 형제, 자매가 혹시라도 가라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가 회개하여 하느님을 향한 첫걸음을 떼도록 기도와 희생으로 도와주는 수호천사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성숙한 공동체는 배려하는 공동체요, 사랑은 배려입니다.”
선하신 하느님! 악인이 죽기보다는 회개하여 살기를 바라시는 하느님! 저희가 아버지를 닮아 밀과 같은 사람이 되게 하소서. 나약한 저희에게 힘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