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0주간 금요일
예수님의 이 답변은 이웃사랑을 하느님의 사랑과 같은 차원으로 끌어올리신 말씀입니다. 사랑은 먼저 하느님을 향해야 합니다. 하느님을 온 세상과 우리의 주인, 주님으로 선언하고 고백해야 합니다. 유일한 하느님! 그분을 사랑하고, 그분께 충성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는 사랑을 바쳐야 합니다. 이것이 첫째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 특히 신앙인들조차도 하느님을 첫째로 사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기애(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가 첫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핑계만 되면 주일미사도 빠지고, 기도 생활도 설렁설렁합니다. 평소에는 하느님을 찾지도 않던 사람들이 어려울 때만 힘들 때만 하느님을 찾습니다. 날라리 신자들은 주님의 기도를 전반부는 빠트리고 바치지 않고 후반부만 기도 바치는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성당에 오는 것도 주님을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옵니다. ‘자신의 건강’, ‘자신의 성공’, ‘자신의 가정의 평화’, ‘자신의 축복’, ‘자기만족’, ‘자아 성취’를 위해서 성당에 옵니다.
우리는 우리의 신앙생활을 성찰해 봐야겠습니다. 나는 하느님을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나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필요할 때만 찾고 사랑하는 사람인가?
이태리의 조각가 <디 지오바니>는 <미켈란젤로>의 스승이며 <도나텔로>의 제자입니다. 지오바니는 어린 미켈란젤로를 처음에 보자마자 그의 재능을 알아봤습니다. 그가 제자로 선택한 미켈란젤로에게 이 말을 했답니다. “재능은 값싼 것에 불과하다. 노력과 헌신이야말로 정말 값진 것이다.” 지나간 옛날에(왕년에) 내가 어땠다는 것을 말하기보다 지금도 최선을 다하여 헌신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훨씬 훌륭한 태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묵은지>는 3년~5년 정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통풍이 되는 곳에서 숙성이 된 김치를 가리킵니다. 묵은지를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천일염을 써야 하고, 10월~12월에 수확하는 겨울배추를 사용해야 합니다. 찬 서리를 견뎌온 배추, 따가운 햇볕에 말려진 소금, 그리고 땅속이나 계곡이나 저온저장고에서의 3년 이상 숙성된 그 맛이야말로 숨길 수 없는 깊은 맛을 내는 비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라 생각이 듭니다.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주바라기 마음이 변치 않고 인내하며 숙성된 사람만이 그리스도의 계명에 충실한 사람,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는 사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생떽쥐뻬리의 <어린 왕자>에 보면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오아시스가 있어서 그래!”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우리 천주교회는 성숙한 신앙인, 숙성된 묵은지,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참된 신앙인들이 있기 때문에 세상에 구원의 표지가 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우리 사랑의 첫째 대상이 <하느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분께 대한 우리 마음이 변치 않고 영원히 간직하게 해 주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