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8 주일

옛날 유교에서는 황금흑사심(黃金黑士心)이라고 해서, 황금이나 재물은 선비의 청정한 마음마저도 검게 물들게 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가르쳤습니다.
불교에서는 세 가지 독이 되는 번뇌라고 하여 삼독이라고 하는 탐욕, 진애, 우치가 있었습니다. 탐욕은 자기가 지나치게 좋아하여 집착하는 것, 예를 들어, 마약, 술, 재물, 성 도착증, 게임 중독증 등 그것을 지나치게 좋아하고 집착해서 마땅히 해야 할 본인의 의무나 도리를 행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말합니다.
진애는 지나치게 싫어하고 미워하여 분노하고 반대하고 증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치는 알아야 할 밝고 바른 도리나 진리를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의미합니다.

오늘 하느님의 말씀은 참된 지혜,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지혜를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먼저 지혜서에서는, 지혜에 비하면 금도 한 줌 모래이고 은도 진흙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나는 지혜를 건강이나 미모보다 더 사랑하고 빛보다 지혜 갖기를 선호한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오늘 마르코 복음 10장에서도 어떤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와 “선하신 스승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하고 묻습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1) 첫째, 하느님께서 주신 사랑의 계명들을 잘 지키며 살았느냐?
2) 둘째, 네가 가진 것이 무엇이든(재물, 지위, 명예, 신분 등) 그것을 더 소중히 여기며 살았느냐? 아니면 하느님과의 관계성과 그분의 말씀을 소중하게 받들어 그분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 모든 것을 다 팔아버리고, 비워 내고, 하찮게 여기면서 하느님을 경외하며 살았느냐?
3) 셋째, 모든 것을 버리고 “너는 나를 따라라!”라고 하십니다.
이것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길입니다.

여러분은 그렇게 살고 계십니까?

밭에 묻혀있는 보물의 비유 말씀에 보면, 밭에 묻힌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모든 것을 팔아서 그 보물을 얻으려고 합니다. 모세는 불타는 떨기나무에서 하느님의 거룩한 현존을 알아보고 신발을 벗고 엎드려 절을 합니다.

지혜서는 최고의 지혜는 “하느님을 경외하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코헬렛도 하느님을 경외할 줄 모르면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고 말합니다.

많은 현대인은 최고의 가치가 아닌 것에 정신이 팔려 그것을 위해 살아갑니다. 하느님이 아닌 다른 것이 더 가치 있는 줄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만나는 데에도 세속적인 가치들로 자신을 포장한 채 하느님을 만나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대학교수라는 자기 신분이나 지위를 자기 자신이라고 착각하여 하느님 앞에서도 그 점을 내세웁니다.
-어떤 사람은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큰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장님인데 하느님 앞에서도 사장임을 내세웁니다.
-어떤 사람은 무슨 단체의 회장이나 고문을 맡고 있는데 그 직함, 직분이 자기자신인양 하느님 앞에서도 그 직함을 내세웁니다.
-어떤 사람은 외모나 힘이나 재주를 내세우며 그것을 자기 자신으로 생각합니다.

그냥 순수한 한 신앙인으로서의 베드로, 바오로, 요한, 마리아, 루시아, 데레사로 불리우는 하느님의 자녀요 신앙의 증거자로 살아가는 자신은 어디 있는지요? 제발 신분, 지위, 직함, 재물 등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그 뒤에 숨어있지 맙시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이 말씀에 그 사람은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갔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왜 울상이 되었을까요? 재물을 포기할 수 없어서! 그것을 팔 수 없으니까!

매미는 굼벵이가 고치를 만들어 환골탈태해서 만들어지는 존재입니다. 7년 동안 굼벵이는 땅속을 돌아다니며 흙속의 영양분을 흡수해 살다가 때가 되면, 고치를 만듭니다. 고치 속에서 굼벵이는 자신을 포기합니다. 굼벵이가 자기를 포기하고 비워내면 전혀 새로운 존재가 됩니다. 매미가 되는 것이죠. 애벌레도 기어 다니다 고치를 만들어 그 속에서 자기를 내려놓고 비워 내면서 자기 안에 부어진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때, 나비가 되는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우리 안에 하느님께서 부어주신 생명의 은총, 성화의 은총으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자기를 둘러싼 껍질을 부수어 내야만 내면의 ‘자기’가 깨어날 수 있습니다. 우물 안에 개구리로 사느냐? 굼벵이로 사느냐?
오늘 제2 독서 히브리서 4장에서는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로와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낸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그분 눈에 벌거숭이처럼 다 드러난 존재이기에 감추고 숨길 수도 없습니다.

주님께 청합시다. 오늘 하느님의 말씀과 계명을 지키고 하느님을 경외하고, 이웃과 나누는 삶을 불가능하게 하는 나의 어리석음과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는 은총을 달라고 합시다. 하찮은 재물, 지위, 명예, 간판 때문에 슬퍼하며 주님을 떠나가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맙시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