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9 주일 강론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모든 사람은) 힘에로의 의지, 권력에로의 의지를 지녔다.”라고 하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자기가 지닌 힘을 과시하고저 하고, 그것을 내세우면서 으스대고 자랑합니다. 재물이든, 권력이든, 지위나 직책이든, 백그라운드든 간에 그것이 자기에게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매님들도 보면 남편 자랑, 자식 자랑, 보석 자랑, 명품 자랑 등 자랑할 꺼리가 있다는 걸 힘으로 내세웁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오늘 하느님의 말씀은 힘이나 권력이나 빽을 자랑하기보다는 하느님과 남을 섬기는 삶이 소중함을 가르쳐 주십니다. 먼저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에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께 청합니다.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저희를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 이 두 제자도 권력(힘)에로의 의지가 발동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두 제자를 불쾌하게 여기는 다른 열 제자도 같은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자들의 생각은 이러한데 스승이요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힘, 권력을 내려놓고 먼저 모든 이의 종이 되어 섬기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고 말씀하십니다.

제1 독서 이사야 53장에서도 하느님께서 보내신 의로운 종은 “제 고난의 끝에 빛을” 보게 되리라 예언합니다. 그 의로운 종은 많은 이들을 의롭게 하는 종으로서 그들의 죄악을 짊어질 운명임을 예언합니다.

제2 독서 히브리서 4장에서도 우리에게는 하늘 위로 올라가신 위대한 대사제가 계시는데 그분은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라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똑같이 유혹을 받으신 분이지만, 우리와는 달리 죄는 짓지 않으신 대사제라고 소개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분을 통하여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받기 위하여 확신을 갖고 은총의 어좌로 나아가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뜻을 이루시려고 십자가에서 고난을 겪고 죽으시고 묻히셨으며 부활을 통하여 구원을 이루셨습니다. 이 파스카의 신비에 참여하는 세례에 제자들도 참여하고 우리 그리스도 신자들도 참여함으로써 우리가 구원받기를 주님은 바라십니다. 예수님이 마셨던 고난의 잔을 야고보와 요한에게 마실 수 있느냐고 물으십니다. 두 제자에게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예수님은 물으십니다. “너희도 이 잔을 마실 수 있느냐?”

그리스도야말로 우리의 구원이십니다. 우리와 같은 분(사람)이시기에 우리를 구원하실 수 있고, 우리와 다른 분(하느님의 아들)이시기에 우리를 구원하실 수 있으십니다. 우리의 연약함을 공감하고 계시기에 그 죄를 치유해 주실 수 있으십니다. 그러므로 죄에 떨어질 때마다 다시 힘을 내어 일어서서 주님께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는 대사제가 아니라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 은총으로 굳세어지게 하시는 예수님의 은총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교회에서 베풀어지는 미사, 성사의 은총으로 나아갑시다. 끊임없는 기도를 통하여 은총의 선물을 간직합시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섬김, 봉사의 삶을 살아가라고 초대하십니다. 희랍어 디아코니아(Diakonia)는 봉사, 섬김이라는 뜻입니다. 초대교회의 네 가지 정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가나안 약속의 땅에 들어가면서 여호수아는 히브리인들에게 말합니다. 너희는 주 하느님과 이방의 잡신 중에 누구를 섬길지 선택하여라. “나와 내 집안은 주 하느님만을 섬기겠다.”

오늘 복음에서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된다. 너희 가운데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간혹 보면 착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본당에서든 교구에서든 어떤 직분을 통하여 봉사하도록 불림을 받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의 직분이 ‘봉사의 직분’임을 망각하고 군림하고 세도를 부리는 자리로 착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속해 있는 교구나 본당 또는 단체에 속한 사람들은 정말 피곤합니다. 주위 사람들이 자기를 떠받들어 주길 바라는데 떠받들어 주지 않으면 엄청 힘들게 합니다.

오늘 우리는 지나간 우리네 삶을 성찰해 봅시다. 나는 가정에서, 본당에서, 사회에서 봉사하며 살아왔는가! 아니면 봉사를 받으며 살아왔는가? 나는 여전히 힘(권력)에로의 의지를 불태우며 살고 있는가? 아니면 하느님과 이웃을 섬기며 살아가고자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