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1 주간 금요일 강론

사람은 세상에 살아가면서 꿈과 희망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어릴 때 꿈이 성장해 가면서 조금씩 바뀌는 것은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꿈과 목표를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룰 수 없는 꿈은 몽상이나 망상입니다.

오늘 루카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자기의 미래를 위하여 영리하게 처신하는 집사에 대하여 제자들에게 말씀해 주십니다. 세속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는 게 오늘 예수님 말씀의 결론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속뜻을 살펴보면 하느님 나라를 위한 대비에서는 빛의 자녀들이 세속의 자녀들보다 더 지혜롭다는 말씀이 생략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예수님께서 칭찬하시는 포인트는 장래를 대비해 현재의 위치를 이용한 대담한 수완에 있습니다. 아직 집사의 자리에 있을 때 곧 쫓겨나기 전에 장래를 대비하는 기지를 칭찬하고 계신 것입니다. 부정직한 집사는 자기가 관리하던 재산으로 집사 직분을 그만두었을 때 자기를 돌보아 줄 친구들을 얻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이렇게 세속의 자녀가 자기의 미래를 대비하듯이 빛의 자녀들은 현세의 삶을 살아가면서 아직 시간이 있을 때(즉 개인의 종말인 죽음이 닥쳐오기 전에) 다가올 하느님의 나라를 준비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리스도의 제자요 빛의 자녀들인 우리는 자기 재산으로 친구들을 사귀어야 합니다. 내가 사귄 친구들은 현세 재물의 가치가 상실되는 죽음의 시간에 하느님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해 줄 것입니다. 사랑의 실천, 선행, 친절, 봉사, 자선의 실천 등으로 주님 앞에서 우리를 위하여 증언해 줄 분들을 잘 사귀며 살아가는 것이 종말에 대한 준비요 유교에서 말하는 오복 중 하나인 고종명(考終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속의 자녀들이 자기네끼리 거래하는 데는 빛의 자녀들보다 약삭빠르긴 하지만 모든 면에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하느님 나라를 대비하는 데는 세속의 자녀들이 빛의 자녀들보다 약삭빠르진 못합니다. 세속 자녀들의 시야는 근시안으로써 오직 이 세상의 현실에만 묶여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다가올 미래 곧 새로운 세상에 대해선 세속의 자녀들이 무지하기에 빛의 자녀들보다 어리석다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일을 할 때 우리는 세속에서 거래할 때처럼 모든 노력과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나의 영적인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많은 세속의 자녀들은 세속에서 돈 좀 모으거나 명예를 좀 얻거나 권력을 좀 잡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빛의 자녀들은 예수님이 먼저 짊어지신 십자가를 지고 그분의 길을 걸으면서 기도, 선행, 자선, 봉사, 나눔, 사랑의 실천을 통하여 예수님을 사랑하고 자기의 이름이 하늘에 기록되는 것을 성공한 인생으로 여겨야 할 것입니다.

성령쇄신운동에 전념했던 찰스 데이비드 신부가 있었습니다. 그는 성령쇄신운동으로 너무 바빠서 성무일도를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하느님을 위하여 하느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였습니다. 그는 자기 합리화에 빠져서 사제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기도를 소홀히 하다가 사제 직분을 잃게 되었습니다.

성녀 마더 데레사는 사랑의 선교회 수녀들이 너무 바빠서 기도하는 시간을 줄여달라고 청하였을 때 오히려 기도하는 시간을 더 늘려서 수녀들이 더 많이 활동하는 만큼 더 많이 기도해야만 한다고 역설하였습니다. 만일 수녀들의 요구에 수도회의 기도하는 시간을 줄였더라면 많은 수녀가 사랑의 선교회를 떠났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일을 더 많이 하기를 바란다면 그리고 성당에서 더 많은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 많이 기도해야 합니다. 왜냐면 우리가 봉사하는데 진정한 힘의 근원은 하느님께 대한 기도와 사랑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없이 인간적인 봉사는 말 그대로 인간의 일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 공동체의 봉사자들이 하느님 안에 하느님과 함께 머물면서 하느님의 일을 하기를 바랍니다. 인간적인 봉사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랑이나 자기 영광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 오늘 저의 생각과 말과 행위가 당신을 향한 찬미가가 되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