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2주간 화요일 강론

성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님은 한국의 충남 보령시 오천면에 있는 『갈매못』이라는 바닷가 성지에서 순교하신 분입니다. 당시 해군 진영이 있던 곳이죠. 성 다블뤼 주교님을 도와 충남 당진의 신리성지에서 교리서 집필을 도왔던 분이 충북 괴산 연풍성지에 묻혀있으며 갈매못에서 함께 순교한 다섯 성인 중 한 분인 성 황석두 루카 회장입니다. 그 책 중에 《신명초행》이라는 책인데 “은총을 받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뜻의 책 제목입니다.

여기에 예수님을 본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1. 모든 것을 온전히 끊어 버려라.

2.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라.

3. 높은 자리에 앉지 말고, 낮은 자리를 찾아라. 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내용은 오늘 복음 말씀과도 통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주님의 종으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깨우쳐 주십니다. 종은 주인이 분부한 대로 다 하고 나서도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라고 하라는 말씀입니다. 옛날도 아니고 요즘엔 더더욱 주님의 종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종은 품꾼 하고도 달라서 퇴근이 없습니다. 품꾼은 정해진 일만 하면 품삯을 받아 자기 집으로 퇴근합니다. 그러나 종은 하루 종일 종으로서 살아야 합니다. 자유가 없습니다. 그러한 종의 모습을 누가 좋아할까요?

얼마 전에 유튜브에 진돗개가 여주인과 함께 남주인을 기다리는데 남주인이 자기를 아는 척하지 않고 가버리자 당황하며 웁니다. 개조차도 주인이 자기를 알아봐 주기를 바라며 꼬리를 치는데 사람이야 오죽하겠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주님을 믿고 섬기며 살아가더라도 주님이 나를 알아주지 않으면 된통 삐질지도 모르는 게 우리 마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도 바오로께서는 “나는 자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 주 그리스도의 십자가밖에는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라고 하였고, “그대가 가진 것 가운데 받지 않은 것이 어디 있습니까? 모두 받은 것이라면 왜 받지 않은 것인 양 자랑합니까?”라고도 말합니다.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 사람은 희생·봉사를 하더라도 본래의 희생·봉사의 정신에서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왜냐면 우리는 희생·봉사를 통해서도 자기를 감추고 주님을 드러내는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요. 그래야 그 희생·봉사가 나를 드러내기 위한 희생·봉사가 아니고,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참된 희생과 봉사가 될 수 있으니까요.

“사람은 누구라도 하느님 앞에 업적을 자랑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주님께 봉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성 암브로시오)

아무도 하느님 앞에서 이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내가 이만큼 수고하고 고생했으니 천국을 내놓으십시오.”

하느님의 종이 되기를 자처한 성인들은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 덕분임을 알기 때문에 자기를 낮추고 겸손하게 처신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만일 교만하게 처신하는 성인이 있다면 그는 성인이 아니라 마귀일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교회의 격언에도 나오는가 봅니다. “겸손한 마귀도 없고, 교만한 성인도 없다.” 주님의 제자는 주님께서 몸을 굽혀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자기 발을 씻어주셨듯이 낮은 자리에서 봉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제1 독서 티토서 2장에서는 경건하게 살아가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나이 많은 남자들에게는 절제할 줄 알고 기품 있고 신중하며 건실한 믿음, 사랑, 인내를 지니라고 합니다. 나이 많은 여자들에게는 몸가짐에 기품이 있어야 하고, 남을 험담하지 않고, 술의 노예가 되지 않으며 선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라고 합니다.

옛 교리서에 영혼삼사(靈魂三司)라고 하여 영혼이 맡은 세 가지 일에 관하여 말합니다.

첫째, 명오(明悟)라고 하여 주님에 대하여 밝게 깨우쳐 알고 주님을 흠숭하는 법을 아는 것을 말합니다.

둘째, 애욕(愛慾)이라고 하여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보다도 세상에서 주님을 첫째로 사랑하는 법(愛主)을 배우라는 것입니다.

셋째, 기함(記含)이라 하여 하느님의 은혜를 잊지 말고 가슴에 품고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겸손은 상대를 높이기 위하여 무턱대고 자기를 낮추고 멸시하는 자기 비하가 아닙니다. 겸손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존중할 줄 아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며 하느님의 은혜를 잊지 않는데서 출발하는 덕목입니다. 자긍심을 바탕으로 지위가 주는 권위를 드러내야 할 때에도 분에 넘치는 충동을 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 영광을 드리며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