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기원미사

  추석 명절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갑니다. 고향은 우리 삶에 추억이 깃든 곳일 뿐만 아니라 안식처요 쉴 곳입니다. 수구초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우도 죽을 때가 되면 자기가 태어난 언덕을 향해 머리를 두고 죽는다는 말이죠! 죽어서라도 고향 땅에 묻히고 싶어 하는 마음! “여우가 죽을 때 언덕에 머리를 바르게 하는 것은 인(仁)이다.” 강태공이 제나라의 관리로 살았으나 죽어서 장례는 주나라에 와서 치르는 것을 보고 한 이야기입니다.

신앙인에겐 3개의 고향이 있습니다.

*육신의 고향 :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신앙의 고향 : 하느님을 알게 된 곳

*영원한 고향 : 하느님 나라. 궁극의 고향이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가을의 한가운데에 거두어들이는 소출, 수확한 농산물을 보면서 흐뭇해하는 우리의 마음은 풍요롭습니다. 가을 녘 황금빛으로 물든 논을 보면서 절로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오늘 우리는 가을에 수확을 거두어들이듯 우리 인생의 황혼 녘에 하느님께서 우리의 인생을 거두어들일 것을 생각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오늘 제2독서(요한 묵시록 14장)에서 하느님께서는 마지막 날에 천사를 시켜 땅의 곡식을 수확하듯이 온 세상 모든 사람들을 수확할 것이라 하였습니다. 잘 여문 곡식은 곳간에 모아들이고 쭉정이는 불에 태워버릴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생의 거둠질에 대하여 생각하며 잘 살아야 합니다.

  제1독서(요엘서 2장)의 말씀처럼 하느님께서 축복(가을비, 봄비, 햇볕 등)을 내려 주시면 “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하고, 확마다 햇포도주와 햇기름이 넘쳐흐르리라.”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하느님께서 자신의 삶에 베풀어 주신 축복에 감사드릴 줄 알며,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재물이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못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재물을 얻으려 합니다. 요즘 거대한 금융자본들과 초거대 다국적 기업들은 점점 더 덩치를 불려 나가고 있습니다. 무한경쟁에서 소수만 배 불리고 다수가 배를 곯게 하는 모든 정책들과 사회구조는 과연 정당하고 바람직한 구조인지를 함께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오늘날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주제는 <부자증세, 부의 재분배>입니다.

복음의 부자는 더 큰 곳간에 곡식과 재물을 모으고 나서는 자신에게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기라.”라고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부자에게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하고 말씀하십니다.

<결국>

*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 하느님 앞에 부유하지 못한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예수님은 가르치고 계십니다.

사람의 탐욕은 끝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칠죄종(일곱 가지 죄악의 근원)의 하나가 탐욕이겠습니까?

그러면 우리는 복음의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통하여 무엇을 깨닫고 실천해야 합니까?

– 탐욕을 경계하며 살아야 합니다.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재물, 지위, 명예는 자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외적인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적인 인간(사람 됨됨이)입니다. 재물을 어떻게 쓰느냐? 그 지위에서 세상을 위해 얼마나 공헌, 헌신하느냐? 자기 명예보다 하느님의 명예를 생각하자!

– 농사(소출, 소득)는 자기의 땀과 노력이 전부가 아니라 하느님의 축복의 결과다. 수확이나 거두어들인 재화의 원주인은 하느님이시다. 우리는 세상에 사는 동안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다.

– 하느님의 축복의 결실인 수확은 이웃과 나누며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께 인색하지 말아야~

– 인색(칠죄종의 하나) , 베푸는 삶을 살아야~ 그게 천국에 저축하는 삶

– 필요 이상의 재물은 인간을 타락시키기 쉽다.

어떤 책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재물은 거름과 비슷해서 쌓아두면 악취를 풍기지만 골고루 뿌려두면 모두를 풍요롭게 한다.”

모으는 게 능사가 아니라 나눌 줄 알아야 합니다. 옛말에 “후한 쌀독에 후한 인심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마음의 쌀독(항아리)을 넓혀야겠습니다.

※ 이번 추석에 실천할 것들

① 이번 추석에 우리는 모든 소득과 풍요로운 결실을 주신 하느님의 축복에 감사하자! 모든 것이 그분 덕분임을 인정하고 찬양하는 겸손한 자세를 갖자!

② 조상님들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입니다. 조상들께 감사의 제사를 드립시다.

③ 부모를 찾고 결실을 함께 나누며 함께 즐거워해야겠습니다. 잔치를 벌이세요. 송편, 떡, 전도 부치고요.

④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도 우리의 음식이나 결실을 나누는 자선을 실천합시다. 천국에 저축합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