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화 12212021

가정의 본질과 의미(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가정은 부부가 서로를 주고받는 결코 철회할 수 없는 인격적 상호 동의에 의한 혼인에서 비롯되기에 부부 생활과 부부 사랑이 드러나는 전체적이고 영구적인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유대로써 이루어지는 혼인과 가정은 부부간의 사랑과 신뢰로써 유지되고 발전되며 완성으로 나아갑니다. 다시 말해 부부간의 신뢰와 사랑은 가정이 성립할 수 있게 하는 전제 조건이 되며 동시에 결혼과 가정을 성장, 성숙시켜주는 원초적인 힘이 되는 것입니다.

이에 인간이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공동체는 ‘가정’입니다. 따라서 가정은 인간이 삶을 영위해 나가는 데 필요한 여러 조직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조직이자 근본 세포인 것입니다. 이 근본 세포인 가정에서부터 다른 모든 세포가 출발되고 조직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가정은 모든 인간 관계의 출발점이자 수렴점인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리스도교적 가정은 그 기원을 신적인 차원에 두고 있으며, 가정은 모든 인간관계와 활동의 출발점이자 중심점이며, 사랑과 생명이 충만하게 드러나는 곳이어야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요한 바오로 2세의 교황 권고인 [가정 공동체]에서 정의하는 것처럼 ‘가정교회’, 곧 ‘하나의 작은 교회’인 가정은 가장 기초적인 단위 공동체로서 모든 사회생활 영역의 구성 세포인 것입니다.

혼인은 가정에 의해 출현하고 가정 안에서 성숙되고 성장합니다. 혼인에 비해 가정은 더 포괄적이고 더 깊고 넓은 삶의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가정은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전인적인 발전을 지향하면서 이루는 삶의 공동체로서 혈연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따라서 전면적인 인간관계를 가지지만, 이해관계에 얽히거나 공동 관심사나 서로 간의 이득을 위해 발생되는 여타 집단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공동체인 것입니다.
이러한 부부간의 신뢰와 사랑은 그리스도의 사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더욱더 순수하고 성스럽고 완전하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그리스도의 사랑은 성체성사를 통해서 드러납니다. 따라서 성체성사는 그리스도인들의 혼인과 가정의 원천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정생활은 가족 구성원들 서로가 서로에게 기꺼이 자신을 내어 주는 사랑을 통해 성체성사의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거룩한 혼인, 성화(聖化)된 가정, 가정교회는 예수님께서 인류 구원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희생하셨듯이 부부도 서로를 위해 일생을 다 바치는 성체성사의 삶, 곧 참된 부부 사랑으로 이룰 수 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거듭 반복하여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 인간에게 사랑이 계시 되지 않을 때, 인간이 사랑을 만나지 못할 때, 사랑을 체험하고 자기 것으로 삼지 못할 때, 사랑에 깊이 참여하지 못할 때, 인간은 자기에게도 불가해한 존재로 남게 되며, 그의 생은 무의미하다. 사랑에 의해 세워지고 생명을 받는 가정은 인간들의, 곧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친척들의 공동체이다. 가정의 첫째 임무는 진정한 인간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데 계속적 노력을 쏟으면서 일치의 현실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 임무의 내적 원리, 영원한 원동력, 최종적 목표는 사랑이다. 사랑이 없이 가정은 인간들의 공동체일 수 없고, 또한 사랑 없이 가정이 살아남고 성장하여 인간 공동체로 완성될 수 없다.”『인간의 구원자』

“가정은 하느님의 계획안에서 ‘부부 생활과 부부애로 깊이 맺어진 공동체’로서 설립되었기 때문에, 본연의 됨됨이에 더욱 가까운 것, 즉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가 될 사명이 있으며, 창조되고 구원된 모든 것이 그러하듯, 하느님의 나라 안에서 완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뿌리에 도달하기 위해서 이런 식으로 조명해 보면, 가정의 본질과 역할은 결국에 가서 사랑으로 규정된다고 말해야 한다. 그래서 가정은 사랑을 보호하고 드러내며 전달해야 할 사명을 지닌다.”『가정 공동체 17항』

“사랑에 의해서 세워지고 생명을 받는 가정은 인간들의 – 즉 남편과 아내, 부모에 자녀, 친척들의 – 공동체이다. 가정의 첫째 임무는 진정한 인간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데 계속적 노력을 쏟으면서 일치의 현실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 임무의 내적 원리, 영원한 원동력, 최종적 목표는 사랑이다. 사랑이 없이, 가정은 인간들의 공동체일 수 없고, 또한 사랑 없이는 가정이 살아남고 성장하여 인간 공동체로서 완성될 수가 없다.”『가정 공동체 18항』

그러므로 가정의 본질과 의미는 사랑에서 비롯되어 사랑으로 실천되는 사랑의 공동체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 가득한 축복에서 비롯되는 가정 공동체, 자녀에게 사랑을 전하고 가르치는 사랑의 공동체, 이웃과 사회에 그 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 더 나아가 그 사랑을 약동케하는 생명의 공동체를 이룸으로써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가정 교회의 공동체가 바로 그리스도인 가정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