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화 02092021

미사 참례 준비2

미사는 좋으신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을 만나주시는 거룩한 은총의 시간입니다. 그런데 많은 신자들이 하느님을 만나러 갈 때, 준비를 철저히 하기는커녕, 미사 시간에 제대로 맞추어 오는 것조차 힘들어합니다. 물론 세속에서 여러 가지 일들로 고달픈 우리가 하느님을 편한 마음으로 만나고 싶어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분을 만날 준비를 하지 않고, 나오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작은 전자제품 하나 살 때도 꼼꼼하게 알아보고 따지는 사람들이 하느님을 만날 때는 아무 준비도 없이 나온다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혼인 잔치(결혼식장)에 참례할 때는 조금은 거추장스러워도 합당한 ‘예복’을 입어야 합니다. 서로 만나서 오랜 시간 이야기한다고 해서 의사소통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평생을 함께 산 부부 사이에서도 자주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하느님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아무 준비 없이 되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미사 참례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지루하기만 합니다.

<미사 전례와 감각 기관의 관계>

미사 참례를 잘하려면, 지성적으로 미사를 파악하는 것보다 감성적인 흐름을 타고 적극적으로 참례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 것이 더 유용합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미사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내 삶의 체험 순위에서 우선하지 않기 때문에, 눈여겨보거나 귀가 솔깃해지거나 말에 진심이 실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된 원인으로 우리가 그동안 미사 참례를 머리로만 해 온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미사의 특정한 부분에 집착하는 이성적 확신만으로는 지겨움을 극복할 수도, 신선함을 느낄 수도 없습니다. 미사 시간에 대부분을 다른 생각만 하다가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에서만 잠깐 집중하려고 하니까, 제대로 마음이 집중되지 않고 정신도 산란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따라서 미사 참례는 “이 부분에서 집중하자.”라는 지적인 포인트도 중요하지만, 감각을 활용해 미사의 흐름에 자기 삶을 함께 섞어 융화시키는 작용이 없으면, 미사는 무미건조하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미사 참례를 하면서 주로 활용하는 감각 기관이 귀와 눈과 입이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어떤 부분에서는 눈으로 무엇인가를 꼭 보아야 하고(“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또 다른 부분에서는 다른 감각은 가능하면 닫고 귀만 기울여야 하는 부분도 있고, 무슨 뜻인지 가슴 깊이 새긴 다음, 앵무새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하게 말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앉아서 기도할 때는 주로 귀로 기도해야 하거나 전체적인 감각을 전부 동원해야하기 때문에 전례적으로 이런 배려를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미사에서 신선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미사를 주관해야 한다는 생각도 못하기 때문에, 너무나 소극적인 태도로 미사에 참례하고 있고, 그것이 감각의 효율성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