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화 01042022
복(福)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성서에서의 복
우리말 복(福)에 가까운 성서의 용어는 히브리어 ‘아쉬레’(복되다, ~하는 사람들)와 그리스어 ‘마카리오스’(~하는 이는 복되다.)가 가장 가까운 용어입니다.
그리스인들에게 ‘복되다.’라는 개념은
일차적으로 걱정과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이해되었습니다. 또 그리스인들은 복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은 신들만이 가진 것이었습니다.
구약 시대의 유대인들에게는 ‘복되다.’라는 개념은
물질적 행복을 의미할 뿐 아니라 하느님께서 선사하시는 선물로 이해되었습니다.
신약성서에서의 ‘복되다.’라는 말은 무엇보다도 영적인 행복을 의미하였습니다. 즉 신약성서에 묘사된 ‘복’은 이 세상이 가져다주는 물질적 행복의 테두리를 넘어선 초월적인 의미에서, 곧 하느님 나라에 참여하는 데서 오는 행복을 지칭합니다.
따라서 구약의 행복론이 시편과 지혜문학 안에서 발견되었다면, 신약의 행복론은 그 종말론적인 성격뿐만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와 연관되어 있으며 주로 공관복음서(마태오, 마르코, 루카)와 요한의 묵시록에서 나타납니다.
<구약성서에서의 복된 사람들>
- 만군의 주님을 신뢰하는 사람은 복되다.(시편 84,13)
- 주님을 경외하며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이들은 복되고, 후손 융성, 물질적 행복도(시편 112, 1 ; 128, 1)
- 악을 피하고 주님의 가르침을 따르며 정의를 실천하는 이들(이사 56장, 시편 1장, 지혜 7, 14 ; 잠언 20, 7)
- 지혜와 슬기를 찾아 나서며 그를 따라 사는 이들(집회 14장, 잠언 3장)
- 갖가지 선행을 통하여 주님께 희망을 걸고 고난의 시기를 극복하는 이들(시편 41, 2 ; 이사 30,18 ; 토빗 4장)
<신약성서에서의 복된 사람들>
공관 복음서에 ‘복되다.’라는 말이 50회 등장합니다. 마태오 복음 13번 중 9번은 산상설교에서 사용되었고, 루카 복음에서는 15회 사용되었으며 요한묵시록에는 7회 등장하고 바오로 서간(4회), 사목서간(3회), 공동서간(4회), 요한복음(2회), 사도행전(2회)에도 나타납니다.
‘마카리오스’는 단순히 ‘행복하다.’ 또는 ‘좋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어떤 인격체의 행복’에 대하여 사용하기도 하고, ‘인격체가 아닌 어떤 사실이나 진리’를 말할 때도 사용되기도 합니다.
신약성서의 행복론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사건’을 전제로 하여 여기에 근거한다는 점이 다른 행복론과 큰 차이점입니다. 즉 신약성서의 행복론은 그리스도 중심적입니다. 마태오 복음 5장 3절 이하와 루카 복음 6장에 행복은 가난한 이들, 배고픈 이들 그리고 슬퍼하며 우는 이들에게 하느님 나라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입장이 바뀌게 되리라는 약속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미래 지향적이며 종말론적인 성격을 띤 행복론입니다.
마태오 복음에 ‘영으로 가난한 이들’이란 표현은 ‘스스로 하느님 앞에 빈손으로 서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이기에 겸손한 이들이기도 합니다.
루카 복음에서는 특히 마리아에 대하여 “복되어라, 믿으신 분!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신 일들이 이루어지리니.”(루카 1, 45) 그리고 마리아는 예수님께 젖을 먹여 행복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실행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복된 여인’이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요한 복음이 말하는 복된 이는 “부활하신 분을 보지 않고도 믿는 이들은 복되다.”(요한 20, 29)라고 합니다.
2. 동양 철학에서의 복
어원 : 복(福)은 좋은 것, 완전한 것, 신령한 것을 의미하는 ‘매우 경사스러운 말’입니다. 우리말 사전에는 ‘큰 행운’, ‘좋은 운수’ 등으로 풀이되어 있는데, 행복, 축복, 복권 등의 단어와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인사말, 장식품이나 옷 등의 문양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복(福)은 보일 시(示)와 가득 찰 복( )으로 이루어진 회의 문자, 형성 문자이며, 갑골문자에서의 문자 형태는 ‘두 손을 신 앞에서 높이 받드는 모양’으로 되어 있습니다. 또 다른 데서는 복을 “제사를 갖추면 반드시 복을 얻는다.”라는 의미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학에서는 <서경>에 오복(五福)이 나오는데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 다섯 가지를 말합니다.
복은 하느님께서 내려주시는 것입니다. 기도, 축원, 믿음을 통해서 우리에게 주어집니다. 한 해 동안 다른 이들에게 복을 많이 빌어주시고, 복을 지으며 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