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화

성체를 먹고 사는 그리스도인

하찮게 여기는 생물에게서 우리는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예로 거미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거미 중에는 염냥거미라는 것이 있는데, 염냥거미의 암컷은 번식기가 되면 나뭇잎을 침낭처럼 둥글게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서 앉아 알을 낳고는, 알을 보호하려고 절대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새끼들에게 자기의 살을 파먹게 하여 기른다고 합니다. 하찮은 거미지만 그 모성애는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열대 지방에 사는 흡혈박쥐(드라큘라의 모티브)가 있습니다. 흡혈박쥐는 동물의 목을 물어 피를 빨아먹는 게 아니라 목 부위를 발톱으로 긁어 상처를 낸 후, 거기서 흐르는 동물의 피를 혀로 핥아먹는다고 합니다. 이 흡혈박쥐는 신진대사가 유난히 활발해서 하루나 이틀 정도 피를 먹지 못하면 힘이 빠져 죽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밤마다 큰 동물을 찾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흡혈박쥐는 먹이 사냥에 실패하고 동굴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때 배불리 먹고 온 흡혈박쥐는 동굴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피를 토해냅니다. 그리고는 이 토해낸 피를 다른 박쥐들에게 나눠 줍니다. 그렇게 피를 얻어먹은 박쥐는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자신도 짐승의 피를 넉넉히 먹었을 때 똑같은 행동을 한다고 합니다. 참으로 혐오스럽게만 생각되던 곤충과 동물에게서도 이런 아름다운 모습이 있다는 게 놀랍기만 합니다.

한국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미아가 되거나 의도적으로 버려진 아이들이 연간 만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는 인격이라는 얼굴을 맞대고 사는 사람들이 저지른 죄악입니다. 그런데 버려진 게 어디 아이들뿐입니까? 장애인과 노인, 노숙자들, 따돌림이나 무관심으로 버려진 이웃들 등. 모두가 사람들에 의해서 버려진 이웃들이 아닐까요?

이 시대는 참으로 인간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기 어려운 차가운 사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이 차가운 체온을 상승시켜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리스도의 사랑인 성체를 먹고 사는 우리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뜨거운 사랑의 음식(성체와 성혈)으로 몸이 뜨거워진 우리 말입니다. 이는 사랑으로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를 모시는 사람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대림 제2 주일은 인권주일이고, 대림 제3 주일은 자선주일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신 예수님을 닮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