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화20210615

우리는 무엇을 봉헌하는가?

우리는 평상시 미사에서 봉헌예절 때, 그저 헌금만 내는 시간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를 낼까? 하는 문제로 신경을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헌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찬 전례에서 하느님께 예물로 바치는 빵과 포도주입니다. 주일에는 신자들이 뒤에서 행렬하여 신자들 중 대표로 누군가 빵과 포도주를 봉헌하는데, 이 빵과 포도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기에 나 자신의 삶과 인격을 담아야 합니다. 보통 신자들은 빵과 포도주 봉헌은 나와 상관이 별로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사제가 어련히 알아서 잘 봉헌하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무관심합니다. 헌금봉헌 후에 자리로 돌아가서 또는 헌금봉헌 전에 사제가 손에 들고 봉헌하는 빵과 포도주에 집중하여 나 자신의 삶을 담아 봉헌해야 합니다. 한 주간 동안의 삶의 노고와 땀과 피와 눈물, 그리고 기쁨과 즐거움까지도 빵과 포도주에 함께 담아 봉헌하는 일이 봉헌예절에 있어서 맨 위의 단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봉헌을 돕는 행위가 예물(봉헌)성가입니다. 예물(봉헌)성가는 마음과 정신과 육체를 한데 모아 우리 봉헌을 도와줍니다. 또한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미사에 참례하는 모든 신자가 일치하도록 분위기를 만듭니다.

성가 가사에 담긴 내용을 머리 속에서 진심으로 동의하고, 마음으로 실천하겠다는 구체적인 결심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조건이 성립되면, 눈물이 난다든지 온몸에 전율이 온다든지 하여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가톨릭 성가 210번에서 221번까지, 340번, 342번, 510번에서 513번까지 봉헌성가의 내용을 진지하게 보시기 바랍니다. 제목만 보더라도 ‘나의 생명 드리니’, ‘주여 나의 몸과 맘’, ‘주여 당신 종이 여기’ 등. 이렇게 예물(봉헌)성가에는 그 시간에 무엇을 봉헌해야 하는지 잘 나와 있습니다. 거룩한 성가를 잘 알아야 미사를 더 감동적으로 봉헌할 수 있습니다. 성체성가도 마찬가지이죠! 저는 신학교에서 남성4부나 남성5부 합창으로 된 성가를 합창으로 부르고 들으면서 자주 주님께 대한 신심이 두터워짐을 체험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빵과 포도주와 함께 합쳐서 봉헌해야만 빵과 포도주가 성체와 성혈로 변화될 때, 우리 자신도 그리스도처럼 변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