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화 10192021

전례 동작 (1)

전례는 하느님께 드리는 공적 예배행위이다. 그리스도 안에 한 몸을 이루는 한 하느 님의 백성이 같은 믿음을 표현하는 행위인 것이다. 따라서 전례의 특성상 그 표현은 일치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곧 전례 동작은 일치 속에 다양성을 드러내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표현하는 전례 동작이 매우 다양하다. 표현방법 자체도 크게는 나라 마다, 작게는 개인마다 다르다. 따라서 전례는 내용과 행위자에 따라 다양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1) 서는 자세

존경을 표하는 자세 :
사제나 부제가 복음을 봉독할 때엔 하느님께서 직접 말씀하시는 것에 대한 존경의 표 시로 서서 경청한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때에 서 있었다(탈출 20,21 ; 느헤 8,5 ; 에제 2,1 ; 다니엘 10,11). 이러한 존경의 자세는 하느님을 대리하 여 전례를 집전하는 사제나 부제에게도 행해진다. 그래서 예식의 처음과 끝에 주례자 가 입당하고 퇴장하면 교우들은 일어선다. 하느님께 대한 존경의 자세는 누구보다도 제단 봉사자들, 특히 사제에게 필요하다. 이들은 백성을 대표하여 하느님을 섬기는 자 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는 것은 제단 봉사자들의 기본자세이다.(집회 50,13)

가장 보편적인 기도자세 :
성서에 보면 기도할 때 흔히 서서 한다(1사무 1, 26 ; 마르 11, 25 ; 루가 18, 13). 까 따콤바의 벽화나 고대조각 또는 초세기 저서들을 보면 당대의 신자들은 흔히 서서 기 도했다. 이는 사도교회의 관습에서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부활과 기쁨의 자세 :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에서 일어나셨다. 그리고 우리도 그분을 통하여 부활하여 일어났 다. 이레네오의 증언에 의하면 <일어섬 = 부활, 기쁨>의 연관성이 초세기부터 있었다. 그러한 의미 부여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이어져 부활시기와 주일에는 서서 기도하는 예 가 많다(삼종기도 등).
그 밖에 깨어 있음, 준비, 활동에 임하는 태세, 감사, 주님 맞이 및 종말이나 희망의 자세를 나타낸다.

2) 무릎 꿇음

보편적인 경배 및 기도자세 :
두 발로 서는 존재인 인간이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스스로를 낮추고 작게 만드는 겸손 의 몸짓이자 상대방에게 존경을 드러내는 동작이나 자세이다. 하느님은 더없이 높으시 고 거룩하시며 우주와 인간을 창조하신 분이다. 먼지에 불과한 인간이 그분 앞에 나설 때엔 자연히 경배의 자세로 무릎을 꿇게 된다. 이러한 자세는 이스라엘의 경배 및 기 도 자세였다. “어서와 허리 굽혀 경배 드리자. 우리를 지으신 주님께 무릎을 꿇자”(시편 95,6). 예수께서도 게쎄마니에서 기도하실 때에 무릎을 꿇으셨다(마태 26,39).

뉘우침을 드러내는 자세 :
인간이 자신의 죄많은 처지를 생각하고 뉘우침을 드러내는 표지이다. 이런 면에서는 부활과 기쁨을 나타내는 서는 자세와는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다.

하느님의 도움을 청하는 간청의 자세 :
인간은 겸손되이 무릎을 꿇고 기도함으로써 간절한 원의를 드러낸다. 피정이나 특별기 도 행사를 시작할 때에 외는 “임하소서, 성령이여”( Veni Creator Spiritus)의 첫 구절 도 그런 의미에서 무릎을 꿇고 바친다. 또한 성 금요일의 장엄 기도 때에 무릎을 꿇는 것도 같은 뜻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