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32024 훈화 : 초대 교회 사람들은 왜 지하교회 안에 ‘목자’ 그림을 그렸을까요?

사실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부활하셨지만, 지금처럼 사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초상화 한 장 없는 상태에서 초대 교회 신자들에게 예수님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초세기 로마 카타콤 지하교회에서 자주 발견되는 이미지 중 하나는 바로 착한 목자 모습을 한 그리스도입니다.

성경에서는 여러 번 목자와 양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양치는 사람은 이스라엘 지역에서는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지역의 목자는 이른 아침에 양 떼를 데리고 풀밭으로 나오고, 하루 종일 양들의 먹이와 물을 찾아서 여기저기로 옮겨 다닙니다. 목자는 들에서 양을 치다가 밤에는 비와 바람을 막아 줄 수 있는 곳에서 양들과 함께 지냅니다. 목자는 양들을 먹이고, 배려하며 지킵니다. 이스라엘 백성과 초대 교회 신자들은 이런 목자의 모습에서 자신의 어린 양을 돌보는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착한 목자로 비유한 것입니다. 특별히 부활 제4주일 요한복음은 ‘착한 목자’와 양아치인 ‘삯꾼’과의 차이를 분명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 양 떼인 우리를 구원하려고 세상에 오셨고, 양 떼를 위해 목숨까지도 내놓을 착한 목자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착한 목자의 원형을 보여주십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 착한 목자의 삶으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우리 곁의 사람들을 보살피고, 돌보아 주고, 지키는 사람입니다.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의 본질 규정을 ‘존재의 목동’(the shepherd of being)이라고 표현합니다. 착한 목자 주일을 지내며, 양아치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돌보고, 지키는 목자의 삶을 결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