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화 08162022 십자가의 길은 누가 시작했나?
<십자가의 길의 기원>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의 길에 대한 묵상을 가장 먼저 시작하신 분은 어느 분일까요? 우리 구세주께서 가신 죽음의 길,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이 고통스럽고 슬픈 길을 수도 없이 따라 걸었던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분은 바로 구세주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이십니다.
그러면 십자가의 길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교회의 전승에 의하면, 십자가의 길은 성모님께서 예수님 승천 후에 예수님의 고난의 장소들을 찾곤 하셨던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당신이 이 기도를 바치셨음을 성녀 비르짓다에게 환시 중에 확인해 주셨습니다. 성모께서는 터키 에페소에서 지내시던 시절에 집 뒤 언덕에 손수 십자가의 길을 설치해 두시고 그곳을 오가시며 끊임없이 묵상하곤 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신심은 12, 13세기에 널리 퍼졌습니다. 십자군으로 참전한 사람들이 예루살렘에 머무는 동안에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할 수 있는 장소들을 자주 찾아 묵상하였고, 유럽으로 돌아와서는 그 장소들과 관련된 장면들을 돌판에 새겨 적당한 자리에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그 지점들을 ‘작은 예루살렘’이라고 부르며, 그 앞에서 기도와 묵상을 하곤 했습니다. 이를 보면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표현해 놓은 일정한 지점(처, 處)에서 기도하고 묵상하는 관행이 당시에 널리 퍼져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벨기에 앤트워프에 있는 프란치스코 수도자들은 수도원 묘지에 성모 마리아의 일곱 가지 고통을 표현한 7개 처를 세워 놓고 기도와 묵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프란치스코회는 1342년 예루살렘 성지를 보존하는 일을 맡게 되었는데, 그리스도의 수난에 관한 신심을 촉진하는 일이 주요 임무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많은 수도원과 성당들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널리 성행하였습니다. 한동안은 십자가의 길이 오늘날과는 반대로 갈바리아 산에서 시작하여 빌라도의 관저 또는 게쎄마니 동산에 이르는 길을 순례하는 순서로 진행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각 처들의 숫자도 일정하지 않아서 많게는 30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했으나, 클렌멘스 12세 교황 때인 1731년에 오늘날과 같이 14개 처로 확정됐습니다.
연옥 영혼들의 대변자인 성 레오나르도는 특별히 ‘십자가의 길의 설교자’로 알려질 정도로 열렬히 이 기도를 권장하였습니다. 미사와 더불어서 십자가의 길은 세상을 떠난 가까운 가족 친지나 친구들의 영혼을 도울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이고 유용한 기도 수단이며, 보속(補贖)의 수단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루르드 성지 성당 뒤쪽에 있는 산으로 오르는 길에도 십자가의 길 15처가 설치되어 있는데 사람 키의 두 배에서 네 배 정도의 동상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