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화 11292022

우리가 벗어야 할 4가지 껍질(시리아 장군 나아만에 관하여 묵상하기 : 2열왕 5, 1-14)

1. 지위의 껍질(5절)

나아만은 엘리사를 만나러 오면서 은 십 달란트, 금 육천 개, 의복 열 벌을 싣고 왕의 친서를 손에 들고 왔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력과 명함과 직분으로 자신의 병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사람의 이력서는 하느님을 감동시키지 못합니다. 하느님 앞에 나올 때는 계급장과 훈장을 떼고 거창한 옷을 벗어야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화려한 껍질을 벗으면 망할 것 같지만 바로 그때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과 축복의 옷이 입혀질 것입니다. 껍질을 벗어야 진실이 있고 은총이 있고 축복이 있습니다. 가장 은혜로운 교회공동체의 모습은 세속적으로 잘나가는 사람이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섬기려고 애쓰는 교회공동체입니다. 그런 공동체와 그런 공동체 정신을 가진 영혼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내리게 됩니다. 껍질을 벗어던지면 다른 사람도 살릴 수 있지만, 나도 변화되어서 사는 길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2. 생각의 껍질(11-12절)

나아만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엘리사가 특별한 대접을 하며 맞아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생각이 무너지자 그는 몹시 분노했습니다. 그처럼 어떤 신앙인들은 자기 생각대로 교회공동체나 다른 사람이 움직이기를 바라다가 그 뜻을 이루지 못하면 교회를 버리고 신앙을 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 생각의 껍질을 벗지 못하면 계속 남을 찌르며 살게 됩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자기가 찔렸다고 느끼며 삽니다. 남에게 대우를 받으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면 대우를 더 못 받고, 대우를 받으려는 생각을 버리면 더 대우를 받게 됩니다.

결국 나아만은 자신의 생각의 껍질을 벗고 “요르단강에 몸을 일곱 번 씻으라.”는 하느님의 사람 엘리사의 말씀에 순종하여 나병이 낫게 되었습니다. 그처럼 내 생각을 포기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받을 때 놀라운 하느님의 구원은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내 생각을 확인하고 주장하고 강요하는 자리에는 평화와 평안이 사라지고, 나를 향한 하느님의 생각과 뜻을 발견하려고 하는 자리에는 평화와 평안이 주어집니다.

3. 경험의 껍질(12절)

나아만은 자기가 경험한 바대로 자기 나라의 깨끗한 강이 흙탕물인 요르단강보다 낫다고 여겼습니다. 그처럼 어떤 분은 하느님 말씀에 순종하려고 하지만 때로는 자기 경험을 더 믿는 이들이 있습니다. 경험은 좋은 것이지만 그 경험이 말씀보다 앞서거나 더 중요하다고 여기면 은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풍부한 경험조차도 하느님의 말씀 앞에서는 내려놓아야 하느님의 축복이 시작됩니다. 자기의 왜소한 경험의 껍질에 갇혀 살면 마음이 편협하게 되고 보는 시야가 좁아져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합니다. 그런 사람의 입술은 격려의 입술이 되기보다 비판의 입술이 되고, 그런 사람의 눈은 장점을 보기보다 단점을 주로 보게 됩니다. 그 경험의 껍질이 벗겨질 때 비판의 입술이 격려의 입술이 되고, 영적인 눈이 열려 남의 장점을 볼 수 있게 됩니다.

4. 의심의 껍질(14절)

나아만은 엘리사의 말에 순종하기로 하고 요르단강에 들어갔습니다. 한번 들어갔다 나왔는데 전혀 변화가 없었습니다. 두 번, 세 번 들어가도 전혀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때 마음속에 의심이 들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만 포기하지 않고 일곱 번까지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마침내 그의 피부가 어린아이 피부처럼 깨끗하게 변했습니다.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 마음을 누르고 “이 말씀대로 순종하다가 죽어도 좋고, 힘들어져도 좋습니다!”라는 마음을 가지면 하느님의 놀라운 기적을 보게 됩니다. 가끔 힘들고 절망적인 환경이 펼쳐질 때가 있는데 그때가 바로 우리의 껍질을 벗기려는 하느님의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는 순간입니다. 그 사랑의 손길을 확신하고 덕지덕지 붙어있는 우리의 껍질을 벗고자 노력할 때, 영혼과 육신, 그리고 삶의 병든 부분에 급속한 치유가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이번 대림 시기가 내 모순의 껍질을 벗어 던지는 은총의 대림 시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