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 4주일 강론>

(강론이라기 보다는 강론준비를 위한 자료모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냥 편하게 읽어 주십시오.)

오늘은 사순 제 4주일입니다. 사순절의 중간에 중간평가를 하는 시기입니다. 라틴어로 Laetare(래따레, 즐거워 하여라)주일이라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태생소경을 치유해 주십니다.

예수님은 땅에 침을 뱉어 흙을 개어 날 때부터 소경이었던 사람의 눈에 바르신 다음, 실로암(파견된 자라는 뜻, 예수님 자신을 의미함) 연못에 가서 씻으라고 하십니다. 소경이 그대로 하자 눈을 뜨고 세상을 보게됩니다.

진흙을 발라 소경의 눈을 뜨게 하시는 예수님의 행위는 마치 창세기에 진흙으로 인간을 창조하시는 야훼 하느님의 행위를 연상하게 합니다.(치유는 재창조하시는 행위임)

우리는 매주일 미사 때마다 죄의 어둠에 묻힌 생활로부터 말씀과 성찬을 통하여 빛이신 주님을 맞아들이고, 새로운 아담과 하와로 창조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대인 회당에서는 소경이 눈을 뜬 것을 축하해 주고 같이 기뻐해주고 살진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열어주지는 못할 망정, 이 안식일에 누가 너를 눈을 뜨게 해 줬느냐? “안식을 법을 어기는 그 사람은 죄인이다.” “죄를 뒤집어 쓰고 태어난 주제에 어찌 눈을 떴느냐?” 고 따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안식일보다 사람을 살리는 일, 사람을 구원하는 일이 더 우선임을 모르는 사람들이 답답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안식일이 결국 사람의 구원과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리사이들의 영적오만을 마주치게 됩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님이 안식일 계명을 어겼다고 해서 예수님을 하느님의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이름으로 예수님을 평가하고 단죄합니다. 안식일 계명을 어겼기 때문에 어떠한 여지도 없이 간단히 처리하고 죄인으로 취급하는 것입니다. 자기 생각을 하느님의 생각이라 여기고 남에게 강요하는 모습을 봅니다. 태생 소경의 치유를 싫어하는 이들은 자기들이 아는 하느님과 하느님을 믿는 이들이 마땅히 지켜야 할 안식일 계명을 어겼기 때문에 싫어합니다. 한 번 심사가 뒤틀리자 눈을 띄게 행한 치유 기적을 안식일을 어긴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것입니다.

“너는 죄를 뒤집어쓰고 태어난 주제에 우리를 훈계하려 드느냐?”(요한 24, 34) 내 맘에 안 들면 하느님까지도 부정하는 것이 자기중심주의입니다. 내가 하는 일을 도와주어야 하느님이지, 내 일을 도와주지 않으면 그런 분은 하느님이 아니라는 식입니다. 지독한 자기중심주의는 하느님마저도 배척합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1) 사람들이 내 신앙에 관하여 물어볼 때, 나는 확신을 지니고 말할 수 있습니까? 예수님이 나에게 어떤 좋은 일을 해 주셨는지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과 확실한 체험이 나에게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겠습니다. 태생 소경은 “내가 바로 그이오.” “그분은 예언자이십니다.”라고 확신에 찬 대답을 하였습니다.

2) 인간이 자기를 내세우고, 자기 안에 갇혀서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간다면 하느님께 대한 믿음도 사라지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에게서 떠날 것입니다. 기적과 은총을 베풀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도 결국 그를 떠나가실 것입니다. “너희가 차라리 눈먼 이라면 오히려 죄가 없다. 그러나 너희는 지금 눈이 잘 보인다고 하니 너희 죄는 그대로 남아 있다.”

3) 우리는 겉모습만 보고, 그 사람의 말만 듣고 판단하고 있지만, 하느님은 사람의 겉이 아니라 속마음과 의도를 보는 분이십니다. 외양과 눈에 보이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이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옛날 인도로부터 중국으로 들어와 소림사를 창건한 이는 발타선사이지만 소림사를 중흥시킨 인물은 달마대사입니다. 달마대사가 인간의 속좁음에 대하여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마음, 마음, 마음이여, 참으로 알 수 없구나.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다가도, 한 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난 꽂을 자리가 없으니!”

공포영화나 괴기영화에 보면, 간혹 눈이 셋 달린 괴물이 나옵니다. 정상적인 사람은 두 개의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육신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곧 하느님, 인생의 의미, 신앙, 희망, 사랑, 진리 등입니다. 이것을 보기 위해서는 영적인 눈을 지녀야만 볼 수 있습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눈 또는 영적인 눈으로만 보아야 보이기 때문입니다.

육신의 눈이 얼마나 부정확한지 우리는 가끔 체험으로 알게 됩니다. 언젠가 제가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어떤 사람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는 뒷모습만 놓고 보면 저의 고등학교 단짝 친구의 모습과 99%는 일치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서 “야! 00야! 너 오랜만이다!” 하면서 그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쿡 찔렀습니다. 그런데 돌아서는 그의 모습은? 누구였을까요? 저의 친구가 아니었어요. 어떻게 해야 돼죠? 네! “죄송합니다.”라고 하면서 몹시 당황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우리 눈은 참 불완전합니다.

아기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대략 100일 전후에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데 낯선 사람을 보면 운다고 합니다. 낯을 가리는 것이죠. 초등학생 때는 글눈을 뜹니다. 옛말에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화여대 교수의 말에 의하면 “여자아이는 만 일곱 살 때 이성(異姓)에 눈을 뜨는 나이기 때문에, 만 칠 세가 넘으면 남녀를 한자리에 있도록 해선 안 된다.”라는 뜻입니다. 인간은 세상에 살면서 죽는 그 날까지 매일 매일 새롭게 영적인 눈을 뜨며 살아야 합니다. 나아가 하늘이 나를 세상에 왜 부르셨는지 깨닫는 ‘지천명’(知天命)에 이르기 까지 계속해서 영적인 눈을 떠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영적인 눈을 뜨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첫째, 선입견과 편견입니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 하면서 항상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입견과 편견은 우리를 영적인 소경으로 만듭니다.

둘째, 영적인 오만입니다. 오만한 사람은 남을 무시하고 자만하는 사람, 자기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을 말하며 이런 사람들은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바로 복음의 바리사이들이 그런 사람들입니다.

셋째, 원한이나 마음의 상처입니다. 원한과 증오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일그러진 거울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원한이나 상처는 다른 사람의 참된 모습(상)을 보지 못하게 합니다. 이런 사람은 이웃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넷째, 무관심입니다. 세상살이에 바쁘고 지쳐서 옆을 돌아다볼 여유도 없이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오직 자기만 생각하고 내 길만 고집하면서 살아갑니다. 이웃과는 두터운 담을 쌓고 자기 자리만 보전하려는 사람들입니다. 이기심과 무관심은 우리를 영적인 소경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러한 삶들은 잠자는 삶입니다. 사람을 죽음으로 이끄는 삶입니다. 우리는 영적인 눈을 뜨고 하느님과 이웃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주님, 제가 영적인 눈을 뜨고 이웃을 사랑으로 보게 하여 주십시오.”

한 화가가 쓸쓸한 저녁 풍경을 그렸습니다. 어둡고 침침한 하늘을 배경으로 그리고 외딴 집 한 채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입니다. 땅은 녹다가 만 눈덩이로 지저분합니다. 깊은 비탄과 외로움, 적막감이 풍기는 춥고 황량한 경치가 펼쳐집니다. 자 여기에 마지막으로 화룡점정을 찍어야죠? 뭐가 필요해요?

→ 빛! 외딴 집 창문에 노란 불빛을 그려 넣는 것입니다.

어둠 속에 익숙한 사람은 빛의 소중함을 모릅니다. 늘 하던대로 습관에 젖어 살아가는 우리에겐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빛이 필요합니다.

우리네 인생에 빛이 되어 주실 분은 예수님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맞이하는 것, 그분을 내 삶의 중심에 모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순시기의 중간평가를 하는 사순 제4주일입니다. 사순시기는 들을 수 있는 귀와 내면을 볼 수 있는 심안과 영안을 간직하는 시기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이 어려운 때에 고통과 시련의 때(보라색)이지만 십자가 수난을 통하여 부활하신 예수님의 영광(흰색)을 희망하면서 주님의 도우심을 청해야겠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코로나 바이러스19 예방수칙 잘 지키시고 힘내십시오.

1) 손을 물과 비누로 충분히 비벼서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씻는다.

2) 외출복과 실내복을 구분하여 밖에서 돌아오면 외출복을 벗고 실내복으로 갈아 입는다. 외출 후엔 바로 따뜻한 물로 샤워한다.

3) 따뜻한 물을 자주 섭취하여 면역력을 높인다. 생강, 대추, 계피차도 도움이 됩니다.

4) 마스크를 착용한다. 전화기, 키보드, 방문 손잡이 등을 소독한다.

5) 기침을 할 때엔 옷소매로 가리고 한다.

6) 사회적 거리(2m)두기를 생활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