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 5주간 화요일 강론 (요한 8, 21 – 30)
당신은 누구요?
예수님과 함께 살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직접 만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말씀과 기적도 직접 본 사람들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예수님이 구세주이심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들이 가진 아집과 편견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결국에 그들은 자신들이 학수고대하던 구세주를 거부했고 끝내 죽음에로까지 몰고 갔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제 1독서 민수기에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도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불만을 터트립니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만나)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 그 결과 하느님께서 불 뱀을 내려보내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죽습니다. 민수기와 요한복음이 말하고자 하는 것, 바로 불평불만과 하느님께 대한 불신의 죄로 인한 결과는 죽음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참되게 믿는 백성이 구원의 은혜를 받게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죄는 오늘날 우리들에게서도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한 증언을 듣고, 매 미사를 통해서 성체로 오시는 주님을 실제로 만나면서도 예수님의 현존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체로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랬듯이 좀 더 확실한 증표를 오늘도 사람들은 요구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예나 지금이나 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오늘 요한복음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예수님의 신원에 관하여 묻습니다. “당신은 누구로 자처하는 것이오?”(요한 8, 53) 예수님께서 대답하십니다. “처음부터 (내가 누구라는 것을) 말해오지 않았느냐?” 예수님은 누구이신가? 이 질문에 복음은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마태1,16)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은 오늘날 성체로 늘 우리 곁에 계시고, 성체로 다가오시는 분이시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당신은 누구요?” 라고 묻기보다, “당신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 16 참조) 라고 신앙 고백할 수 있는 참 신앙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성체로 오시는 예수님을 제대로 알아보고,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오늘 하루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3년 전 신봉동성당에서 저는 본당 설립 50주년을 앞두고 사순시기에 한 가지 실천 운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00년 새로운 천년기 대희년을 맞이하여 한국천주교회에서는 주교회의에서 결정한네 가지 슬로건을 내세웠습니다. 1) 나부터 새롭게 2) 참된 가정 이루기 3) 좋은 이웃 되어 주기 4) 함께 가요, 우리! 라는 슬로건이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나부터 새롭게】라는 슬로건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자 <불평불만, 험담, 비난>을 멈추고, <격려, 배려, 칭찬>하는 습관을 본당 공동체 안에서 구현하자는 운동을 벌였습니다. 그래서 실리콘 재질로 만든 손목에 차는 팔찌를 만들었는데, 팔찌의 한 쪽에는 <불, 험, 비 Stop> 또 한 쪽에는 <격, 배, 칭 Start>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것은 사순절 동안에 불평불만, 험담, 비난은 멈추고, 격려, 배려, 칭찬을 실천하자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팔찌를 차고 다니면서 매일 매일 실천하여 21일 동안 실천한 사람은 이 팔찌를 주일미사 예물봉헌성가 때에 헌금함에 헌금과 함께 이 팔찌 뒷면에 자기 구역·반과 이름 세례명을 적어서 봉헌하라 하였습니다. 21일의 기간의 의미는 계란이 병아리로 부화하기까지 어미 닭이 품고 있는 부화 기간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로 21일 동안 <불평, 험담, 비난>을 멈추고, <격려, 배려, 칭찬>을 실천하면서 감사의 생활을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2일 또는 3일, 7일 만에 실패한 이는 다시 새롭게 첫 날부터 시작하여 21일을 꼬박 실천해야 하는 운동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사순절 동안 68명이 성공하였습니다.
교황 프란치스코께서는 “뒷 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사순시기 동안에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일을 하는”(29절) 사람이 된다면 주님께서 기뻐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