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금요일 강론>

“오! 하느님! 죽어서 당신의 그 아름다운 얼굴을 마주 대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어떤 고통도 달게 받겠습니다. 죽음도 서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성 아우구스티노)

“주님의 수난은 현세 생활의 수고와 고통과 운명을 가리킵니다만 주님의 부활과 그 영광은 우리가 받을 영원한 생명을 가리킵니다.”(성 아우구스티노)

“부활은 선의 승리, 사랑의 승리다.”(성 아우구스티노)

오늘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거룩한 금요일입니다. 교회는 오랜 전통에 따라서 유일하게 오늘은 미사성제를 거행하지 않습니다. 고해성사나 모든 성사 거행이 오늘만큼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또한 교회는 오늘 <금육>과 <단식>의 재계를 지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써 실패하고 말았는가? 선이 패배하고 악이 승리한 것인가? 악에 대항하여 선이 승리할 방법은 무엇인가? 악의 고리를 끊을 방법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사랑입니다. 그리고 사랑의 최고 절정은 인간을 구원하시려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입니다. 아니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무덤에 묻히셨다가 다시 살아나심으로써 우리의 죄와 죽음을 물리치시고 승리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통하여 하느님의 영광(영원한 생명)에로 건너가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건너감을 파스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파스카(Pascha)는 ‘건너가다.’, ‘지나가다.’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인류에 대한 사랑의 삶이 낳은 결과물이었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을 통하여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는 진리가 드러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고통 중에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더 많은 고통을 당신이 겪고자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의 구원, 나의 구원이었습니다.

부활성야의 찬송은 “종을 구원하시려 아들을 넘겨주신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노래합니다.

성 금요일에는 요한의 수난기가 봉독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고, 말씀은 하느님의 일을 이루고 하느님께로 돌아가셨습니다. 요한복음은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일을 이 세상에서 다 이루시고 다시 아버지께 돌아가시는 당당한 모습의 예수님을 보여 주려고 합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수난의 모든 장면에 있어서 당신 스스로 일을 주도하시는 분이심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주도적인 삶을 사신 분이었습니다!>

1) 체포되실 때 : 의연하게 당당하게 “누구를 찾느냐?” “나자렛 예수를 찾소!” “나다.”

2) 대사제 한나스 앞에서 :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내놓고 말했다. 은밀하게 이야기 한 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왜 나에게 묻느냐?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들은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라.”

3) 빌라도 총독 앞에서 :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진리에 속한 사람들은 내 말을 듣는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예수님은 참된 사랑과 용서의 삶을 사신 분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남기신 일곱 가지 말씀을 묵상해 봅시다.(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십자가에서 하신 말씀을 가리켜 일면 『가상칠언』(架上七言)이라고도 합니다.

1)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 34) – 엄청난 고통을 겪으시면서 하신 말씀은 바로 ‘용서’였습니다.

2)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 43) – 당신의 오른쪽에 매달린 도둑이 회개하는 것을 보시고는 그가 지옥에 떨어지지 않고 낙원에 들어가도록 하십니다. 후회와 뉘우치는 모습을 보시고 주님은 용서하시고 십자가의 첫 전리품을 얻으십니다. 예수님은 오늘날 많은 임종자의 마음을 낚아채십니다.(임종을 앞둔 사람에게 자비의 5단 기도를 해주십시오.)

예수님은 모든 죄인에게 말씀하십니다. “내 품으로 오너라. 너희를 용서하리라.” “너희를 낙원으로 데려가겠다.” “이 용서의 보증이 내 피의 대가이니라.”

인자하신 예수님! 세상의 모든 죄인에게 한 번 더 그렇게 말씀해 주십시오. 모든 이를 위하여 자비를 간구해 주십시오. 당신 보혈의 한없는 공로를 그들에게 쏟아 주십시오. 남을 용서해야 하는데도 용서할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 은총을 베풀어 주십시오.

3)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 27, 46)

포도나무이신 당신께 결합되지 않은 수많은 가지를 보시고 예수님은 한없는 비탄에 잠기십니다. 모든 사람을 향하여 예수님은 외치십니다. “제발 나를 버리지 말아다오. 내가 더 많은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지만, 제발 나의 인성에서 떨어져 나가지는 말아다오! 이것이야말로 고통 중의 고통이요. 죽음 중의 죽음이다! 내 죽음을 불쌍히 여겨다오! 제발 나를 버리지 말아다오. 그래야 너희가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

4)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 27)

복되신 성모님! 저희 어머니가 되어 주소서. 저희가 어머니를 모독하는 일이 없게 해 주소서. 예수님은 당신 어머니를 사도들의 인도자요 스승으로 남기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승천 후 성모님은 성령께서 오시기를 기다리면서 사도들과 함께 계속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그 ‘다락방’에 머물면서 함께 기도하셨습니다. 성모님은 사도들의 모임 곧 교회의 닻이요 키요 배(船)였으니, 사도들은 여기서 모든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피난처를 얻어 만났던 것입니다.

5) “목마르다.”(요한 19, 30)

나는 너희의 의지, 애정, 갈망, 사랑이 목마르다. 너희 영혼보다 더 상쾌하게 생기를 주는 물은 없다. 부디 나를 애태우지 말아다오. 예수님께서 “목마르다.”라고 하시자 사람들이 신 포도주를 적신 해면을 그분의 입에 가져다 댑니다. 여기서 <신 포도주>는 세상의 수많은 죄와 사나운 격정들을 의미합니다.

6) “다 이루어졌다.”(요한 19, 30)

하느님 아버지의 지고한 뜻인 성자의 십자가상 죽음을 통하여 세상 구원이 이루어졌다는 말씀입니다. 마지막 한 방울의 피까지 성부께 봉헌하신 예수님처럼 우리 또한 우리의 모든 걸 봉헌할 수 있어야 합니다.

7)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 46)

예수님의 십자가에 못박혀 임종을 맞이하면서도 십자가 주위를 둘러보십니다. 성모님을 당신 마음에 품고 계시면서 요한과 막달레나를 바라보시며 작별인사를 하시고, 당신을 못박은 원수들도 사랑으로 보시면서 그들에게도 눈길로 말씀하십니다. 너희를 용서한다고, 내 평화의 입맞춤을 받으라고 하십니다.

남은 기력을 모아 외치십니다.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영원하신 아버지, 저희가 지은 죄와 온 세상의 죄를 보속하는 마음으로 지극히 사랑하시는 당신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 영혼과 신성을 바치나이다.)

이제 예수님을 알고 믿게 된 우리는 이 지상 생애로부터 천상의 영광에로 건너가는 파스카적인 삶을 시작하도록 합시다! 우리보다 먼저 건너가신 예수님께서 가신 하느님 나라로 우리도 지금 여기서부터 천상을 살도록 합시다. 지금 여기서 천국을 산다는 것은 오로지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말씀, 하느님의 사랑으로 현세의 삶을 살겠다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우리는 육을 위한 삶에서 영을 위한 삶으로 건너가도록 합시다. 육적인 것도 삶에서 필요하긴 하지만 그 육을 이끌어가는 것은 영이어야 합니다. 영이 육에 끌려가는 주객이 전도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이기적인 삶에서 이타적인 삶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예수님의 삶은 ‘너’를 사랑하고 구원하기 위한 온전히 이타적인 삶이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주님 없이 살던 삶에서 주님과 함께하는 삶으로 건너가야겠습니다. 주님 없이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빛과 희망없이 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희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수난하고 돌아가신 주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저희의 삶이 온전히 당신의 뒤를 따르는 삶이 되게 하소서! 아멘.

《하느님 자비의 주일(부활 제 2주일) 전 9일 기도》

*** 전대사를 받기 위하여 다음의 것을 합니다.

1) 성 금요일부터 ~ 부활 8일 축제 토요일까지 9일 동안 매일 하느님 자비의 기도를 한 번씩 바칩니다.

2) 고해성사를 합니다.(고해성사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가까운 시일 내에 꼭 고해성사를 하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3) 자비의 주일(부활 제 2주일)에는 미사와 영성체(미사를 못할 경우에는 대송을 하고, 영성체 대신 심영성체나 신령성체를 합니다.)를 하면서 하느님의 자비를 묵상합니다.

4) 말, 행동, 기도로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할 것을 결심합니다.

5) 위 전대사는 성 요한 바오로 2세께서 교황회칙을 통해서 선포한 내용입니다.

(하느님 자비의 9일 기도 지향)

첫째 날 : 모든 인류와 모든 죄인들을 하느님께 인도하여라.

둘째 날 : 사제들과 수도자들의 영혼을 하느님께 인도하여라.

셋째 날 : 열심하고 충직한 영혼들을 하느님께 인도하여라.

넷째 날 : 하느님을 믿지 않는 이들, 알지 못하는 이들을 하느님께..

다섯째 날 : 갈라진 형제들을 자비의 바다에 잠기게 하여라.

여섯째 날 : 온순하고 겸손한 영혼들, 단순한 영혼들을 하느님께..

일곱째 날 : 하느님 자비를 공경하고 찬양하는 영혼들을 하느님께..

여덟째 날 : 연옥에 갇혀 있는 영혼들을 하느님께 인도하여라.

아홉째 날 : 미지근한 영혼들을 하느님 자비에로 인도하여라.

【하느님 자비의 5단 기도방법】

  1. 주님의 기도, 성모송, 사도신경을 바친다.(십자가를 손에 쥐고)
  2. 각 단이 시작되기 전에 있는 큰 묵주알에서 주님의 기도 대신에 다음 기도문을 바친다.
  3. “영원하신 아버지, 저희가 지은 죄와 온 세상의 죄를 보속하는 마음으로 지극히 사랑하시는 당신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 영혼과 신성을 바치나이다.”
  4. 매 단마다 성모송 대신에 다음 기도문을 바친다.(열 번)
  5. “예수님의 수난을 보시고, 저희와 온 세상에 자비를 베푸소서.”
  6. 5단을 모두 바친 후, 성모찬송 대신에 다음 기도문을 세 번 바친다.
  7. “거룩하신 하느님,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분이여, 저희와 온 세상에 자비를 베푸소서.”(세 번 반복)
  8. “성녀 파우스티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

이 기도에서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께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 ‘영혼과 신성’을 바친다. 이 기도에서 우리는 세상 구원을 위하여 십자가에서 바치셨던 그분의 희생과 우리 자신을 결합시킨다. 하느님 아버지께 그분의 ‘가장 사랑하시는 아들’을 바침으로써 우리는 그분이 들으시기에 가장 설득력있는 논증을 사용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온 세상을 위해 자비를 청한다. 이 기도를 바치는 사람이 구송하는 ‘우리’라는 말은 이 기도를 바치는 그 사람이거나 또는 지향을 두고 기도해 주어야 하는 그 사람이다. ‘온 세상’은 지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연옥에 있는 영혼들을 가리킨다. 이 기도로써 우리는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게 되며 사랑은 의탁(신뢰)과 더불어 은총을 얻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조건이다.

예수님께서 약속하셨다. “나는 이 기도를 바치며 나에게 청하는 모든 것을 베풀어 주는 것이 기쁘다. 만일 그것이 내 뜻에 부합한다면.”

그 특별한 은총은 임종의 시간에도 약속되어 있는데 그것은 행복하고 평화로운 죽음의 은총이다. 임종에 직면해서 신뢰와 인내를 가지고 이 기도를 바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를 위해 이 기도를 바쳐 주는 사람도 이 은총을 얻게 된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제들은 이 기도를 죄인들에게 구원의 마지막 희망으로서 권할 것이다. 아무리 굳어버린 죄인이라도 이 기도를 단 한 번이라도 바친다면 그는 나의 무한한 자비에서 은총을 얻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일생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완전한 의탁의 태도와 겸손과 진실함 그리고 죄에 대한 깊은 슬픔으로 이 기도를 바치는 사람에게는 은총을 베푸실 것을 약속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