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4주간 금요일

  예수님 시대에 여성들의 지위는 보잘 것 없었습니다. 심지어 라삐들은 “자기 딸에게 율법을 가르치는 자는 딸을 타락하도록 가르치는 사람이다.”라고 하며 여성을 차별하였습니다. 라삐들은 여성을 제자로 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따르던 여자들은 은총을 입은 여성들이었습니다. 일곱 마귀를 쫓아내 준 막달라 여자 마리아, 헤로데의 집사 쿠자의 아내 요안나, 그리고 수산나라는 여자들이 예수님과 제자들의 의식주를 위하여 자기 재물을 내어 놓던 분들이었습니다. 자기 재산으로 예수님을 돕는다는 것은 가장 재물을 의롭게 사용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인들의 도움으로 예수님께서는 복음 선포에만 헌신적으로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복음선포자들을 물질적으로 도운 여성들은 바오로 사도의 편지나 사도행전에도 나옵니다. 리디아, 브리스킬라, 신디케, 유오디아, 클로에, 페베 등입니다.

  한국에서도 여성 신자들의 비중이 높습니다.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여성 회장은 순교자 강완숙 골롬바였습니다. 그녀는 자기 집 벽장에 순교자 주문모 신부님을 숨겨 주었습니다. 힘들고 불편했을 것입니다. 식사며 잠이며 화장실이며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을 텐데도 기꺼이 복음을 위해서 감수하였습니다.

  소위 예루살렘 부인들이라고 하는 여성들이 예수님의 십자가 행렬을 따라 골고타 언덕까지 오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십자가 아래에 서 있기까지 합니다. 예수님의 은총을 입고 헌신하는 노력이 그 여인들을 예수님의 은총 안에 머물게 합니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 도움을 받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일주일에 한 번씩 성당을 찾아와 사제관 벨을 누르던 노숙자 할아버지! 그분께 만원, 이삼 만원 도움을 드렸지만, 사실은 그분을 보내주신 분이 하느님이시고 오히려 제가 더 은총을 많이 받았습니다. 서울에서 예수성심 전교회에 다니며 도움을 받았는데 거기서 벌은 돈을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서 고등학교 교사였던 여동생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여동생은 그 돈으로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을 도왔습니다. 그거다 민주당 소속 도지사가 되면서 급식비가 지원이 되고부터는 가난한 학생들에게 겨울철 잠바나 옷, 안경, 생활필수품 등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도움을 받고 고3 2학기 때 취업한 학생들은 졸업식 때 눈물바다를 이루며 신파극을 벌였고, 지역 신문과 방송에도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은총은 은혜로운 선물입니다. 남에게 내어 주는 것보다 더 많은 선물로 되돌려 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도와 드렸던 여인들은 자기들이 도움을 준 것보다 더 많이 받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우리도 우리가 가진 것을 값지게 의미있게 썼으면 합니다.

얼마 전 LA에 거주하던 분(?)인 것 같은데 자기 재산 9조 4천억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내어 놓았습니다. 89세의 나이에 평생을 벌어들인 돈인데 노후를 위해 24억만 남기고 9.4조원을 기부했습니다.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은총을 받은 이는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돈을 사회에 기부하는 게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열심히 많이 벌어서 값지게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더 어려운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